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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이별

소개팅과 이별 사이: 우리가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이유

소개팅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그와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어떻게 이별할 수 있냐고? 그게 바로 내 특별한 능력이었다. 손목시계는 7시 정각을 가리켰고, 카페 문을 열자 달콤한 바닐라향과 부드러운 재즈 선율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했다. 검은 셔츠에 안경을 쓴 남자, 정확히 프로필 사진 그대로였다.

"여기 앉으세요."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마주 앉았다. 그 순간, 내 왼손 약지에 감겨있던 실 같은 붉은 선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이어졌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그 '인연의 실'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실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도 보였다. 3개월 17일. 우리의 관계가 끝날 시점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준호라고 합니다."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가능한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박소연이에요. 반갑습니다." 우리는 평범한 소개팅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그의 웃음소리, 커피를 마시는 방식, 이야기할 때 가끔씩 머리를 긁는 습관까지. 모든 것이 내게는 미리 보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붉은 실은 더 선명해졌고, 그 끝에는 우리의 이별 장면이 희미하게 보였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길가에 서서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것이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이고, 내 마음은 돌처럼 굳어있을 것이다. "왜 갑자기 헤어지자는 거야?" 그가 물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혹시... 괜찮으세요?" 그의 질문에 현실로 돌아왔다. "네? 아, 죄송해요. 잠시 생각에 빠졌네요." 그가 내 커피잔을 가리켰다. "찬 커피는 맛없으니까요." 그의 세심함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우리가 나눌 3개월의 행복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카페를 나서며 그가 말했다. "다음에 또 만나도 될까요?" 나는 미소지었다. "네, 좋아요."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붉은 실이 내 손가락을 감싸는 느낌이 더 강해졌다. 이별할 운명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관계. 이것이 축복일까, 저주일까.

일기장을 펼쳐 오늘의 소개팅을 기록했다. '김준호, 32세, 이별 예정일: 202X년 XX월 XX일.' 그리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어쩌면 이번에는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도.' 창밖으로 보이는 달빛 아래, 내 손가락의 붉은 실이 잠시 깜빡였다가 사라졌다. 모든 인연은 이별을 품고 있지만, 때로는 그 결말조차 다시 쓰여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