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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귀신

환영 소설가: 귀신이 쓰는 이야기

편집장의 메일이 도착했을 때, 나는 창작의 벽에 갇혀 열흘째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최종 마감은 내일 자정입니다." 그 문장 앞에서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번 소설이 잘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와의 계약은 끝이었다.

그날 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내 노트북 화면이 파란빛을 내며 켜져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꺼놓고 잤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커서가 홀로 움직이며 글자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처음엔 해킹인 줄 알았다. 하지만 화면에 떠오르는 이야기는 마치 내 머릿속 생각을 누군가 빼앗아 쓴 것처럼 완벽했다.

"누구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화면에 글자가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소설을 써보고 있었어요. 저는 이 집에 오래 살았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귀신. 그 단어가 떠오르자 등골이 오싹했지만, 화면에 쓰인 소설은 내가 몇 주째 구상하던 이야기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계속 써주실래요?"

그렇게 우리의 이상한 공동 작업이 시작됐다. 밤마다 나는 노트북을 켜두고 잠들었고, 아침이면 새로운 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의 문체는 생생했고, 인물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내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어느 날 밤, 나는 귀신에게 물었다. "당신은 생전에 작가였나요?"

〈아니요. 그저 작가가 되고 싶었을 뿐이에요. 30년 전, 이 아파트에서 첫 소설을 완성했지만, 출판사들은 모두 거절했죠. 절망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소름이 돋았다. "그럼 지금은 왜..."

〈미련이 남아서요. 하지만 당신 덕분에 제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어요.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다음 날부터 노트북은 더 이상 저절로 켜지지 않았다. 마지막 작품이 출간된 날, 오래된 신문 기사를 찾아냈다. 30년 전 이 아파트에서 자살한 무명 작가의 유품 중에는 미완성 소설 원고가 있었다고 했다. 그 제목은 내가 방금 출간한 소설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제 나는 혼자 글을 써야 한다. 가끔은 책상 앞에 앉아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더 이상 커서가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어두운 밤, 깊은 영감이 찾아올 때면, 어디선가 누군가 내 어깨 너머로 지켜보는 듯한 시선을 느낀다. 그때마다 나는 묻는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해?" 아무도 대답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답은 항상 내 안에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