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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병원

소설 병원: 이야기의 치유사들

소설병원 3층 중환자실에서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은 작품은 길이 3,000자의 단편소설이었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게 된 이 미숙아 같은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나는 다시 한번 청진기를 꺼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김 작가님?" 병원장 박 교수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주제 맥박이 불규칙하고, 등장인물들의 혈색이 좋지 않습니다. 플롯의 호흡도 얕고 빠르고요." 나는 인큐베이터 속 원고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소설병원에서 7년차 치유사로 일하는 동안, 이토록 위태로운 작품은 처음이었다.

벽에 걸린 모니터에는 긴 직선과 불규칙한 파형이 깜빡였다. 메타포는 정상, 감정선은 불안정, 클라이맥스는 거의 무맥. 모니터 아래 붙은 차트에는 '작가: 윤서진, 진단명: 심각한 서사부전증, 합병증: 캐릭터 빈혈, 구성 불균형' 이라고 적혀 있었다.

"응급 수술이 필요합니다." 내 말에 간호사들이 수술 도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적색 펜으로 된 메스, 삭제키로 만든 겸자,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입할 영감 주사기.

소독을 마친 손으로 나는 소설의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마취 없이 진행되는 수술이었다. 이야기가 아파할 것이다. 하지만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첫 단락부터 너무 서두르고 있어요. 호흡을 늦춰야 합니다." 빨간 펜으로 몇 문장을 지우고 새로운 문장을 삽입했다. 주인공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좋은 신호였다.

세 시간의 수술 끝에 이야기는 간신히 안정을 찾았다. 모니터의 서사 그래프가 건강한 기복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 교수의 얼굴에도 안도감이 번졌다.

"작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면회 시간인가요?" 간호사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손을 떠나 완전히 독립해야 해요. 그때까지는 작가와의 접촉을 금지합니다."

그날 밤, 나는 병원 숙직실에서 잠을 청했다. 꿈에서 내가 치료한 모든 이야기들이 하얀 병원복을 입고 복도를 걸어 다녔다. 그중 오늘 수술한 소설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선생님, 제가 살 수 있을까요?"

다음 날 아침, 중환자실에 들어서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인큐베이터 문이 열려 있었고, 원고는 사라진 후였다. 모니터엔 '자가 퇴원'이라는 메시지만 깜빡였다. 불완전한 채로 세상에 나간 이야기. 어디로 갔을까?

몇 주 후, 한 문학상 수상작 목록에서 익숙한 제목을 발견했다. 작가 윤서진의 단편 '치유사들'이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알아보았다. 내가 수술한 그 소설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쓰인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소설병원의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특히 김 작가님, 당신의 수술 흔적이 제게는 가장 아름다운 상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