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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별

소설 같은 이별: 우리는 마지막 페이지에 서 있다

모든 소설은 언젠가 마지막 페이지를 맞이한다. 우리의 이별도 그렇게 찾아왔다. 예고 없이, 그러나 어쩌면 모든 징후가 그곳을 향해 있었다.

그날 카페의 창가 자리.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소설책과 내 일기장.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은 항상 떠나는 사람이었고, 내 일기 속 '나'는 늘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간격을 두고 들려왔다. 똑. 똑. 똑. 마치 시계처럼, 아니 어쩌면 임박한 이별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처럼.

"이 소설의 결말, 네가 써줬으면 해." 그가 자신의 미완성 원고를 내게 밀어냈다. 마지막 장은 백지였다. 그의 눈에는 내가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라테의 우유 거품이 서서히 사라지듯, 우리 사이의 뭔가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모든 소설에는 결말이 있어야 하니까."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갑자기 카페의 모든 소음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테이블 위 소설책의 페이지가 바람에 한 장 넘어갔다.

어떤 이별은 소리를 내며 오지만, 우리의 이별은 소설 속 잘 짜인 복선처럼 조용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가 마시던 아메리카노에서는 더 이상 증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차가워진 커피, 차가워진 대화.

"네가 좋아하는 작가처럼, 열린 결말로 남겨두면 어떨까?" 내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손끝이 떨렸다. 소설 속 인물처럼 대본이 짜인 대사를 읊는 기분이었다.

밖에서는 비가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유리창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마치 흐릿한 수채화 같았다. 현실과 소설이 뒤섞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언제부터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만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가끔은 명확한 마침표가 필요할 때도 있어." 그의 말에는 어떤 반론도 불가능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소설책을 내게 건넸다. "이건 네가 가져." 그리고 내 일기장은 그에게 남겨두었다.

우리의 이별은 그렇게 완성됐다. 한 사람은 다음 장을 쓰기 위해 떠나고, 한 사람은 마지막 장을 읽기 위해 남는다. 결국 모든 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이별로 끝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가 그친 후, 나는 그가 남긴 소설의 마지막 빈 페이지를 넘겼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이별 뒤에는 누군가의 새로운 소설이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