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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간식

마음의 썸타기, 우리 사이의 간식

상우는 그녀가 건네는 과자 봉지를 받아들던 순간, 자신이 썸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무실 칸막이 너머에서 슬며시 내밀어진 저 손과 과자 봉지가 이렇게 큰 의미를 지닐 줄은 몰랐다.

"오늘도 야근이네요. 이거라도 먹어요." 민지의 목소리는 형광등 불빛 아래서도 따스하게 울렸다. 상우는 과자 봉지를 받아들며 그녀의 손끝이 자신의 손에 스친 것 같은, 아닌 것 같은 감각에 마음이 쿵쾅거렸다.

이게 벌써 열두 번째였다. 상우는 정확히 세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동료애로 생각했다. 두 번째는 우연이라고 여겼다. 세 번째부터는... 세어 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에게만 간식을 건네는 것인지, 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러는지 은근슬쩍 관찰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나에게만'이었다.

과자 봉지를 뜯으며 상우는 소리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신경 쓰며 입가에 미소를 감췄다. 달콤한 초코칩의 맛이 혀끝에서 녹아내렸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종류의 과자였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고 있는 걸까? 상우는 과자를 씹으며 그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맛있어요?" 그녀가 칸막이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물었다. 상우는 너무 빨리 고개를 끄덕여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네, 정말 맛있네요. 근데 이렇게 맨날 간식 사주시면 제가 너무 미안한데..."

"괜찮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좋아서. 그 단어가 상우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좋아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동료를 '좋아서'일까, 아니면 '상우'를 '좋아서'일까. 이런 모호함이 썸타기의 본질이라는 걸 상우는 알았다. 확실하지 않은 기대감, 움직이지 않는 시간, 그리고 무의미해 보이지만 사실은 온통 의미로 가득 찬 일상의 작은 제스처들.

상우는 결심했다. 내일은 자신이 그녀에게 간식을 건넬 차례라고. 몇 시간을 들여 편의점 과자 코너를 배회하며 완벽한 과자를 고르던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지만, 그만큼 중요했다. 과자 하나로 말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하는 이 기묘한 의식이.

다음 날, 상우는 조심스럽게 민지의 책상에 과자 하나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황급히 돌아왔다. 잠시 후 민지가 과자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상우를 바라보며 작게 입모양으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과자 봉지 하나씩 쌓여갔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작은 간식들로 전해지며,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놓이고 있었다. 어쩌면 간식은 그저 구실일 뿐, 정작 그들이 나누고 있는 것은 서로를 향한 조심스러운 마음의 한 조각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