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는 귀신: 죽음도 막지 못한 설렘
문이 열릴 때마다 그녀는 내 심장박동을 알아차린다. 나는 죽은 지 3년째지만, 선영이 카페에 들어설 때면 여전히 맥박이 뛰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물론,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귀신에게 심장은 없으니까.
오늘도 선영은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나는 그녀 옆자리에 앉아 커피 향기를 맡으려 애쓰지만, 내 감각은 그저 희미한 기억일 뿐이다. 선영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스치고,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을 바라본다. 3년 전 우리는 이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우산을 두고 간 그녀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사고로 모든 것이 끝났다.
"저기... 혹시 이 자리 사용 중인가요?"
젊은 남자가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선영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미소 지었고, 내 마음은 또다시 가라앉았다. 그들 사이로 난 보이지 않는 유령일 뿐이다. 남자는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에 관하여'.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웃음이 났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선영이 가끔 그에게 시선을 던지고, 그도 책에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이 익숙한 춤은 내가 살아있을 때 그녀와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햇살이 그들의 테이블을 비추고, 나는 그 사이에서 희미해지는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갑자기 선영의 노트북 화면이 깜빡였다. 그녀가 당황하는 사이, 화면에 글자가 나타났다.
'그에게 말을 걸어봐.'
선영은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한 일이다. 가끔 전자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아냈다. 그녀가 다시 화면을 바라보자 남자가 말을 걸었다.
"혹시...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나요?"
그렇게 그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선영이 웃을 때 그녀의 눈이 반짝이는 모습, 그가 농담을 할 때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는 방식. 이상하게도 질투가 아닌 따뜻함이 내 안에서 퍼져나갔다.
해가 저물고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 그들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선영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는 내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들이 카페를 나서며 작별 인사를 나눌 때, 나도 그들을 따라 나섰다.
거리에서 선영이 문득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부른 것처럼. 그녀의 시선이 잠시 내가 서 있는 곳을 향했다. 우리의 눈이 만난 것 같은 짧은 순간,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 그녀가 속삭였다.
바람이 불었고, 나는 그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이제 그녀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사랑했던 사람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특권이 남아있다. 어쩌면 '썸'이란 이렇게 서로를 향한 설렘을 선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만은 영원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