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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남편

썸타기 남편: 잃어버린 설렘을 찾아서

그날 밤,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내 손가락은 이미 그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결혼 6년 차,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버렸다.

"여보, 오늘 저녁 뭐 먹을래?" 남편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 평소라면 "아무거나"라고 대답했을 테지만, 오늘은 침묵했다. 베개 밑에서 발견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10가지 비법'이라는 책의 구겨진 페이지를 떠올렸다. 9번째 항목: '때론 상대방이 다시 당신을 추구하게 만드세요.'

"난 약속 있어. 밖에서 먹고 올게." 예전에 샀다가 한 번도 입지 않은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거울 속 나는 오랜만에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편의 눈이 커졌다. "약속? 누구랑?" 그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묻어났다.

"비밀." 립스틱을 바르며 미소 지었다. 사실 예약된 약속은 없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는데 전화가 울렸다. 남편이었다. "어디야? 무슨 일 있어?" 그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괜찮아,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전화를 끊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두 시간 후,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주머니 속의 휴대폰은 남편의 부재중 전화로 가득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유난히 선명했다. 결혼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 걸까. 데이트할 때의 그 설렘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 안은 어두웠다. 불을 켜자 식탁 위에 촛불과 와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가 놓여 있었다. 남편은 오랜만에 정장을 입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야, 이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썸타기...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날 밤, 우리는 오랜만에 데이트 이야기를 나눴다. 첫 키스, 첫 여행, 프러포즈했던 날.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 살아났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내게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출근했다. "오늘 저녁 8시, 첫 데이트 장소에서 만나요. PS: 당신이 없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 몰랐어."

결혼이라는 항해에서 때로는 안개 속을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그날 알았다. 설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찾는 노력을 멈췄을 뿐이라는 것을. 남편과의 썸타기는 결혼식 그날로 끝난 게 아니라,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