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 병원: 심장이 쿵쾅거리는 곳
119호실의 수액 주입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똑똑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 소리에 맞춰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3층 정형외과 간호사로 일한 지 1년째, 아직도 저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보는 것이 어색하다.
"김 간호사, 체온계 좀 가져다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다. 병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형외과 의사 박태준.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내 뺨은 벌써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환자가 된 것처럼.
"네, 선생님." 말끝을 흐리며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돌아섰다. 태준 선생과 우리 사이의 관계는 '썸타기'라고 불릴 만했다. 작은 미소, 우연한 손짓, 커피 한 잔의 초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그런 미묘한 떨림이 병원 복도를 채웠다.
체온계를 가져가는 길에 환자 차트를 실수로 떨어뜨렸다. 서류들이 바닥에 흩어졌고, 그중 하나가 발치에 멈췄다. 주의 깊게 읽지 않으려 했지만, 글자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태준 – 전근 신청서 – 부산대학병원'.
병원에서 가장 흔한 소문은 의사들의 이직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소문이 아니었다. 그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썸타기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을까? 심장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119호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무거웠다. 태준은 여전히 환자에게 미소 지으며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따뜻한 손길이 환자의 어깨를 위로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마음에 품은 감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깨달았다.
"여기 체온계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날 저녁, 병원 옥상에서 그를 기다렸다. 우리의 비밀 장소였다.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빛나는 가운데, 그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전근 신청서를 봤어요." 내 입에서 나온 말에 그의 표정이 굳었다.
"말하려고 했어." 그가 천천히 내 옆에 섰다. "부산에 우리 어머니가 계셔. 건강이 안 좋으셔서..."
침묵이 우리 사이를 가득 채웠다. 아무도 썸타기의 끝을 준비하지 않는다. 시작할 때는 언제나 무한히 계속될 것처럼 느껴지니까.
"같이 가는 건 어때요?" 그의 말에 나는 숨을 멈췄다. "부산대학병원에도 좋은 간호사가 필요할 거야."
그의 손이 내 손을 찾아왔다. 병원의 소독약 냄새 속에서 피어난 우리의 감정은, 이제 썸타기를 넘어 어딘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가끔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진단이 의료 차트가 아닌, 떨리는 두 손의 접촉에서 이뤄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