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의 사진: 당신을 향한 1/125초의 진실
그녀가 내 카메라 속으로 들어온 순간, 나는 이미 셔터를 눌러버렸다. 우연인 척 찍은 사진 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완벽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포착한 진실은 내가 인정하기 두려운 것이었다.
"민준 씨, 이번에도 멋진 사진 고마워요." 유진은 내가 찍어준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하며 웃었다. 우리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이라는 애매한 경계에서 6개월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썸'이라고 불렀지만, 우리에게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관계였다.
커피숍의 따뜻한 조명 아래, 유진의 얼굴은 부드러운 그림자로 물들었다. 카라멜 마키아토의 달콤한 향기가 우리 사이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그 순간을 포착했다. 셔터음이 울릴 때마다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선명해지는 듯했다.
"내 사진만 200장이 넘는다며? 그렇게 많이 찍어서 뭐하게?" 유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사진작가는 마음에 드는 피사체를 발견하면 놓치기 싫은 법이야." 이런 애매한 대답으로 나는 또 상황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내 작은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며 나는 깨달았다. 붉은 조명 아래 물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유진의 얼굴처럼, 내 감정도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찍은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유진은 항상 살짝 옆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코 카메라를, 결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다음 날, 우리는 평소처럼 한강공원에서 만났다. 석양이 물 위에 금빛 길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카메라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왜 안 찍어?" 유진이 물었다.
"오늘은 사진 말고, 네 눈을 직접 보고 싶어." 내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우리, 이제 이 애매한 관계에 이름을 붙여볼까?"
유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즉석 카메라를 꺼냈다. "사실... 나도 민준 씨 사진을 몰래 찍고 있었어요." 그녀가 내밀은 사진들 속에는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 커피를 마시는 모습,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속에서 나는 항상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없이 웃었다. 사진이 포착한 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다. 단지 우리가 직접 보기를 두려워했을 뿐.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 새 사진을 찍었다. 셀프 타이머를 설정하고 나란히 서서, 처음으로 같은 프레임 안에 우리 둘을 담았다. 1/125초의 짧은 순간, 어떤 사진보다도 선명한 진실이 빛 속에 영원히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