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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애니메이션

썸타기 애니메이션: 우리의 그리지 않은 스토리

귓가에 그녀의 웃음소리가 맴돌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애니메이션의 사운드 트랙처럼, 가끔은 높게, 가끔은 낮게 울리는 그 리듬감에 내 마음은 이미 스토리보드가 완성된 단편 영화 같았다.

"우리 그냥 이대로 썸만 타다 끝내면 어때?" 수진이 말했다. 카페 창가에 앉아 태블릿으로 그려놓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여주며. 그녀가 만든 캐릭터는 항상 묘하게도 나를 닮아 있었다. 지나치게 긴 팔, 항상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습관, 심지어 왼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웃음 방식까지.

"모든 관계가 결말을 향해 달려가야 할 필요는 없잖아?" 그녀의 말에 커피 잔을 들어올리며 동의했다. 우리는 8개월째 이런 상태였다. 사귀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그냥 친구도 아닌. 마치 영원히 제작 중인 애니메이션처럼, 누구도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수진의 방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같았다. 벽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가득했고, 작업대에는 항상 완성되지 않은 드로잉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방에서 시간을 보낼 때마다 그녀의 세계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보고, 손을 잡고, 때로는 거의 키스할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 직전에 멈췄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건너뛰는 것처럼.

"넌 내 인생의 루프 애니메이션 같아." 어느 날 밤 그녀가 말했다. "계속 반복되는데 질리지가 않아."

그날 밤, 수진의 노트북에서 그녀가 만든 짧은 애니메이션을 발견했다. 그것은 두 사람의 이야기였다. 시작은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장면이었고, 끝은...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캐릭터는 벤치에 앉아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다음은 백지 상태였다.

"왜 끝을 안 그려?" 물었다.

수진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끝을 그리면 이야기가 끝나니까."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완성되지 않은 애니메이션 속에 살고 있었다. 끝을 두려워하는 두 주인공. 그런데 문득, 이런 미완성된 상태가 오히려 완벽하게 느껴졌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 어떤 결말도 가능한 상태.

몇 주 후, 수진은 꿈에 그리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인턴십 제안을 받았다. 도쿄였다. 그녀의 눈은 빛났고, 내 마음은 무너졌다.

"가야지," 내가 말했다.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수진은 작은 USB를 건넸다. "우리 이야기. 끝을 그렸어."

집에 돌아와 열어본 애니메이션은 놀랍게도 이별 장면이 아니었다. 두 캐릭터는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대사는 간단했다: "썸이 끝났다고 이야기가 끝나는 건 아니야."

나는 태블릿을 들고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우리의 다음 챕터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때론 가장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현실에서 계속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