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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여름

썸타기의 여름: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은 바로 그녀의 마음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던 날,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났다. 에어컨이 고장 난 도서관, 반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람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그때 그녀가 옆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의 땀 냄새가 섞이는 거리, 그것이 우리 사이의 첫 경계선이었다.

"더운데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요?" 세 시간의 침묵 끝에 그녀가 건넨 첫 마디. 그렇게 우리의 썸타기가 시작됐다. 도서관에서 카페로, 카페에서 영화관으로, 영화관에서 한강 공원으로. 여름의 열기처럼 뜨거워지는 대화, 하지만 누구도 '우리'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그것이 썸타기의 규칙이니까.

그녀의 웃음소리는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 같았다. 투명하고 시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는 그녀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번엔 고백해야지.' 하지만 에어컨 바람처럼 차갑게 식어버리는 용기. 무더위를 피해 들어간 영화관에서 우연히 맞닿은 손끝에서도, 폭염 속 버스 정류장에서 같은 그늘을 찾아 나란히 서 있을 때도, 나는 그저 '썸'이라는 안전한 경계 안에 머물렀다.

"오늘은 왜 이렇게 더운 걸까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시선을 돌렸다. 사실 알고 있었다. 모든 열기는 내 마음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내 침묵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매일 만나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지루하고 뜨거웠다.

여름의 끝, 마지막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이제 곧 가을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계절이 바뀌면 우리도 바뀔까.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흐릿해 보였다. 멜팅포인트의 임계치에 도달한 기분이었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게 건넨 말은 뜻밖이었다.

"사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는 비결을 알아요? 계속 핥아주는 거예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타고 있던 썸은 사실 그녀가 만든 완벽한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었다. 녹지 않게 하려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내딛지 못한 한 걸음의 의미를.

폭염은 지나갔지만, 우리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내일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요?" 가을이 와도 녹지 않는 우리만의 아이스크림을 위해, 나는 마침내 썸타기의 선을 넘어설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