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의 경계: 여사친을 사랑할 때
그녀의 웃음소리는 언제나처럼 따스했지만, 오늘따라 내 가슴에 작은 폭탄을 터뜨렸다. 친구로 시작해 7년째 이어진 우리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나는 은밀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야, 민준아. 내 말 듣고 있어?" 지수의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카페의 부드러운 재즈 선율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커피잔을 돌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에스프레소 향이 우리 사이를 맴돌았다.
"어, 미안. 무슨 얘기 했지?" 나는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모습을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소개팅 있다고, 네가 주선해준 그 팀장님이랑. 뭐 주의할 점 없어?" 그녀의 말에 내 심장이 묘하게 조여들었다.
나는 웃음으로 가장했다. "그냥 너무 예쁘게 입고 가지 마. 그 형 바로 반할 테니까."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속으로는 그가 지수에게 반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맺히며 만드는 패턴처럼, 우리의 관계도 점점 복잡한 모양을 그려가고 있었다.
"근데 넌 왜 여태 연애 안 해? 소개시켜달라는 여자들 많을 텐데." 지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진실을 말할 수 있었을까? '네가 내 기준이 되어버렸어. 다른 여자들은 네만큼 웃음이 예쁘지 않아. 네만큼 내 농담에 웃어주지 않아. 네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네가 좋아하는 카페에 와. 그리고 네가 다른 남자 만나는 걸 상상하면 가슴이 아파.'
대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적당한 사람이 없었나 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새 메시지. 그녀가 화면을 보고 미소지었다. "내일 소개팅 상대한테 문자 왔네. 벌써부터 신경 쓰는 것 같아."
그 순간 결심했다. "지수야, 사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응?"
"사실 내일... 그 소개팅 말이야." 용기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
그녀는 웃으며 내 손을 꾹 쥐었다. 그 작은 접촉이 내 온몸에 전류를 흘려보냈다. "고마워, 우리 민준이. 이런 게 진짜 친구지. 다음에는 내가 널 좋은 사람이랑 꼭 연결해줄게."
비가 더 거세게 내렸다. 지수는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우산 안 가져왔는데."
"괜찮아, 내 거 쓰자." 우리는 같은 우산 아래 서서 카페를 나섰다. 어깨가 맞닿은 채로 걸으면서, 나는 이 거리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거리가 가장 먼 거리가 된다. 썸타기와 여사친 사이,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나는 여전히 다음 걸음을 망설이고 있다. 어쩌면 비가 그치고 난 후, 무지개처럼 우리의 관계도 새로운 색으로 빛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