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 담긴 썸타기: 우리가 닿지 못한 거리
"영상 편집 끝나면 연락해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쓰려왔다. 윤서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다시 틀었다. 헤드폰을 끼고 그녀의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인터뷰 촬영을 핑계로 만난 지 벌써 여섯 번째. 그럴듯한 질문들을 준비하면서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편집 프로그램의 타임라인 위에서 윤서의 표정이 프레임마다 달라졌다. 13분 22초, 그녀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장면에서 나는 항상 재생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15분 07초, 내 질문에 살짝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는 순간. 이 두 장면 사이에서 나는 밤새 방황했다.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되세요? 편집본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메시지를 보내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타이핑 중 표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시간은 새벽 세 시. 그녀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괜찮아요. 카페에서?"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 항상 어정쩡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시시때때로 던지는 의미심장한 질문들과 대답들. 카메라 렌즈 너머로 교환되는 눈빛. 록커였던 그녀의 과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핑계로 시작된 우리의 썸타기는 벌써 세 달째였다.
토요일이 되었다. 노트북과 외장하드를 챙겨 카페로 향했다. 테이블에 앉아 영상을 틀었다. 윤서는 화면 속 자신을 바라보며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여기... 편집 안 된 거예요?"
화면에는 인터뷰가 끝난 후 카메라를 끄지 않고 촬영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고, 그녀는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에도 또 만나도 될까요? 인터뷰 말고... 그냥."
화면 속 윤서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큐멘터리 완성되면요."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명 이 장면은 지운 것 같았는데. 윤서의 표정을 살피기가 두려웠다. 노트북을 덮으려는 순간, 그녀의 손이 내 손을 붙잡았다.
"다큐는 언제 완성돼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있었다. 마침내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사실... 벌써 완성됐어요."
윤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왜 아직도 인터뷰를 한다고..."
"당신을 만나고 싶었으니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노트북 화면을 다시 열고 영상의 마지막 부분으로 건너뛰었다. 화면 속에서 그녀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이건 제가 따로 보낸 영상이네요."
그녀의 목소리가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이건 당신만을 위한 노래예요."
그제서야 깨달았다. 우리의 썸타기는 카메라 양쪽에서 동시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영상 속에 담긴 우리의 말 못한 감정들이, 마침내 렌즈의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