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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영화

영화 같은 썸타기: 우리는 지금 어떤 장르 속에 있나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내 인생도 재생 버튼이 눌린 것 같았다. 영화관을 나서는 민지의 어깨가 내 팔에 스치고, 우연인 척 자연스럽게 손등이 부딪히는 감각이 온몸을 타고 전류처럼 흘렀다. 우리는 벌써 세 번째 '우연히' 같은 영화를 보고 있었다.

"이번 영화는 좀 어땠어?" 내가 슬쩍 물었다. 민지는 물기 어린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주인공이 정말 답답했어. 서로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왜 그렇게 말을 안 하는지... 현실에선 그렇게 안 되잖아?"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우리가 지금 그 영화 속 주인공들과 다른가? 세 달째 이어지는 이 묘한 긴장감, 의미심장한 문자 메시지, 우연을 가장한 만남들. 로맨틱 코미디라면 이미 두 번은 키스했을 시간이다.

커피숍 테이블 위에 놓인 민지의 손가락이 컵 테두리를 따라 원을 그렸다. 그 작은 움직임까지 내 시선은 놓치지 않았다. 마치 스크린 위의 클로즈업 장면처럼.

"사실 나..." 내 입술이 떨리며 말을 시작했다. 그 순간 민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깐만,"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응, 엄마. 지금? 알았어, 금방 갈게."

급히 가방을 챙기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용기를 내려던 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우리는 계속해서 흑백 무성영화처럼 말없이 서로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다음 주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있대. 같이 볼래?" 현관문 앞에서 민지가 물었다. 또 다시 시작된 썸타기의 다음 장면을 예고하는 질문이었다.

"볼래." 대답하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뻔한 전개의 영화를 또 보러 가는 건 지루할 법도 한데, 민지와 함께라면 매번 첫 장면처럼 심장이 뛰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에 민지에게서 온 메시지가 떴다. "오늘 네가 하려던 말, 궁금하다." 내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머뭇거렸다. 우리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아니다. 스크립트도, 편집된 장면도 없다. 그저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중이었다.

답장을 보냈다. "다음에 만나면 이어서 말할게. 이번엔 누구도 끊지 못하게." 송신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마치 영화의 속편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의 썸타기는 지금까지의 모든 장면이 복선이었던, 아직 클라이맥스를 맞이하지 않은 영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