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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자기계발

썸타기의 자기계발: 우리 사이 2센티의 거리

처음 그녀를 본 순간, 나는 연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자기계발서를 펼쳐 들고 있었다. "썸의 기술: 20일 만에 연인 되기"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책이었다. 서점 카페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목덜미를 스칠 때, 그녀는 내 맞은편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의 손에도 책 한 권—그것도 같은 책—이 들려 있었다.

"우연이군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책을 살짝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아니면 운명이거나."

민지와 나는 그렇게 '썸'이라는 이름의 묘한, 정의되지 않은 관계를 시작했다. 바리스타가 우리 테이블 사이로 지나갈 때마다 민지의 향수 냄새가 커피향과 섞여 내 후각을 자극했다. 주말마다 우리는 그 책의 챕터를 함께 읽었다. "제3장: 눈 마주침의 과학", "제7장: 의도적 스킨십의 기술"—이런 제목들이 우리의 대화 주제가 되었다.

"이것 보세요," 민지가 형광펜으로 밑줄 그은 부분을 가리켰다. "'썸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기계발이다.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당신은 더 나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된 우리의 '연구'는 점점 진지해졌다. 나는 그녀가 좋아한다는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민지는 내가 언급한 영화들을 찾아봤다. 내가 조깅을 시작하자 그녀도 러닝화를 샀다. 그녀가 프랑스어 수업을 듣기 시작하자 나도 듀오링고 앱을 다운로드했다.

"우리가 서로를 위해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어느 날 한강변을 걸으며 민지가 말했다.

"그게 나쁜가?" 내가 물었다.

"아니, 그냥... 이게 진짜 우리인지 궁금해서." 그녀의 손이 내 손 가까이에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책의 제10장 '의도된 우연의 접촉'을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넉 달이 지난 어느 날, 우리는 책의 마지막 장을 함께 읽었다. "제15장: 고백의 순간"이었다. 책장을 덮으며 민지가 말했다. "이 책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저도요,"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첫 키스를 하는 대신, 우리는 서로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민지는 내 손에 쪽지를 쥐어주고 떠났다. 집에 돌아와 그것을 펼쳐보니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사랑은 자기계발서로 배울 수 없어. 그건 썸타기의 슬픈 진실이야."

그제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을 바꾸는 동안, 정작 진짜 서로를 알아가는 데는 실패했던 것이다. 다음 날 나는 새 책을 샀다. 제목은 "자기 자신으로 사랑하기"였다. 민지에게 보낼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다시 만나볼래? 이번엔 책 없이, 그냥 우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