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의 불편한 진실: 자매의 시선
"가끔은 네가 너무 밉다." 나는 도저히 뱉어낼 수 없는 이 말을 마음속으로만 되뇌었다. 언니는 새로운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빙그르르 돌며 내 의견을 물었다. 완벽했다. 언제나처럼.
"어때? 오늘 만남에 이거 입고 가도 될까?" 언니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그 설렘의 주인공이 내가 3개월째 썸을 타고 있는 민준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모른다. 아니,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화면에 민준에게서 온 메시지가 떴다. "오늘 7시, 약속 잊지 않았지?" 나는 그 메시지를 읽고 바로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았다. 민준에게 언니를 소개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회사 동료로, 그냥 가볍게.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민준은 갑자기 언니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긴장돼. 첫 데이트인데..." 언니의 말에 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향수 냄새가 진하게 방 안을 채웠다. 내가 민준에게 선물 받은 바로 그 향수였다.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너무 예뻐"라고 말했다. 입에서 나온 말들이 내 귀에 이질적으로 들렸다. 침대 위에는 내가 오늘 민준과의 만남을 위해 고른 옷이 아직 놓여 있었다. 누구도 입지 않을 옷.
언니가 나가고 방 안은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다. 나는 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약속 취소해야 할 것 같아. 미안." 몇 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아마도 그는 이미 언니를 만나러 가는 중일 것이다.
창밖을 보니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내 마음 같았다. 썸타기의 묘미는 그 불확실성에 있다지만, 그 불확실성이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그날 밤, 언니는 늦게 돌아왔다. 그녀의 눈빛에서 행복이 번져나왔다. "민준이 너무 좋은 사람이야. 네가 소개해줘서 고마워." 내 심장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민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어제 갑자기 왜 그랬어? 사실... 네 언니랑 만났어. 우연히. 네가 많이 닮았다더라." 우연이라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거울 앞에 선 나는 언니와 닮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닮아서, 아니면 너무 달라서 이런 상황이 된 건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썸은 누군가에겐 시작이고, 누군가에겐 끝이 되는 법이다. 자매라는 이름으로 묶인 우리의 운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