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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출근

출근길의 썸타기: 매일 아침의 설렘

매일 아침 7시 23분, 그녀는 정확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빨간 코트를 입은 날도, 검은 우산을 든 날도, 하얀 마스크를 쓴 날도—변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항상 지하철 3호선 4번째 칸의 두 번째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레드'라고 불렀다. 처음 봤을 때 입고 있던 코트 때문이었다.

오늘도 나는 평소보다 10분 일찍 집을 나섰다. 가방 속에는 어제 저녁 내내 고심해서 준비한 커피 한 잔이 들어 있었다.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아메리카노. 그녀가 카페에서 항상 주문하는 메뉴였다. 나는 그녀의 취향을 알기 위해 몇 번이나 같은 카페에 들어가 뒤에 서곤 했다.

지하철역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긴장감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손바닥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평소처럼 무심한 척 플랫폼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 늘 서 있던 그 자리에 그녀가 있었다. 오늘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가을바람에 살짝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짝였다.

"에효, 또 지각이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고 있었다. 4개월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났지만, 우리는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녀의 뒤에서 3미터 거리를 유지한 채 같은 칸에 타곤 했다. 그녀가 내리는 강남역에서 나도 함께 내렸다. 그녀는 출구 3번으로, 나는 8번으로 향했다. 우리의 일상적인 썸타기였다.

오늘도 평소와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하철이 크게 흔들렸고, 균형을 잃은 나는 앞으로 쏠리다 그녀의 어깨에 부딪혔다. 가방 속 커피가 쏟아질 뻔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허둥지둥 사과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우리의 눈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그 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4개월 동안 말 한마디 안 하다가 첫 마디가 사과라니."

내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저... 어떻게 아셨어요?"

"당신이 매일 아침 3미터 뒤에서 날 지켜본다는 걸 모를 리가 없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난 매일 아침 출근길에 당신을 보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됐어요."

가방에서 커피를 꺼내며 말했다. "혹시... 바닐라 아메리카노 좋아하세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전 라떼를 좋아해요. 카페에서 항상 바닐라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건 내 동료 커피였어요. 하지만," 그녀는 내 손에서 커피를 받아들며 말했다. "오늘부터는 바닐라 아메리카노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가 될 것 같네요."

그날부터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만났지만, 이제는 나란히 서서 출근길을 함께했다. 때로는 썸이 끝나려면 누군가의 용기 있는 실수가 필요한 법이다. 매일의 반복된 출근길, 그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된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그렇게 새로운 챕터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