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판타지: 네크로맨서와의 썸타기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더 나쁜 생각은 없었다. 특히 그가 대륙에서 가장 악명 높은 네크로맨서일 때는 더더욱. 하지만 난 그의 검은 눈동자에 처음 시선이 닿은 순간부터 이미 선을 넘어버렸다.
"아가씨, 가지 마세요." 여관 주인이 내 소매를 붙잡았다. "그 숲에는 죽음을 다루는 마법사가 산다고요.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의 걱정 어린 얼굴에 미소로 답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여기에 왔는지 알 리 없었으니까. 마력 탐지 능력자로서 내 임무는 명확했다 - 네크로맨서를 찾아 제거하라. 하지만 솔직히, 난 언제나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숲은 상상했던 것보다 평화로웠다. 죽음의 기운은커녕 오히려 활기찬 생명력이 넘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속에는 의심이 커져갔다. 마침내 그의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며 그가 나타났다.
"기다렸어요." 그의 목소리는 상상했던 것과 달리 따뜻했다. "드디어 왔군요, 마력 탐지사님."
그는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 당황했지만, 숨기지 않았다. "당신을 죽이러 왔어요."
그가 웃었다.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생기며 의외로 사람다워 보였다. "차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죽이는 건 그 후에도 늦지 않잖아요."
그 날부터 우리의 이상한 관계가 시작됐다. 매일 그의 오두막을 찾았고, 매일 그를 죽이지 않았다. 그는 내게 진실을 보여주었다 - 그가 되살리는 건 사람이 아니라 식물들이었다. 죽어가는 숲에 생명을 불어넣는 네크로맨서. 역설적이게도 그는 죽음의 마법으로 생명을 지켰다.
"왜 진실을 밝히지 않아요?" 어느 날 물었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요." 그의 눈에는 오랜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내 마법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에요."
우리는 위험한 균형 속에서 살았다. 나는 그를 죽이러 왔다는 명목으로 매일 찾아갔고, 그는 언젠가 내가 임무를 완수할 것을 알면서도 나를 맞이했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불안정했고, 우정이라 부르기엔 너무 깊었다. 그저 '썸'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왕국의 군대가 숲에 들이닥쳤다. 내가 임무를 포기했다고 판단한 그들은 직접 움직였다. 나는 선택해야 했다 - 내 의무인가, 아니면 그인가.
오늘 아침, 난 숲으로 향하는 길에 피 묻은 까마귀 한 마리를 발견했다. 죽어가는 그 새의 눈에서 그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까마귀는 내 손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고, 곧이어 다시 깃털을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금 내 가방에는 두 장의 선택지가 있다 - 왕국으로 돌아가는 통행증과 미지의 땅으로 향하는 지도. 어쩌면 이것이 썸의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른다. 판타지 같은 이야기는 언제나 선택에서 비롯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