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의 패션: 우리가 입은 감정들
그녀가 빨간 원피스를 입었을 때, 나는 그제야 내 감정이 무슨 색인지 알았다. 양지와 음지 사이에서 불확실하게 서성이는 파란색.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 감정의 이름은 '썸'이었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 같은 패션 디자인 수업을 들었다. 하늘이 자신의 얼굴을 씻어내는 날, 그녀의 머리카락은 비에 젖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날, 그녀는 내게 우산을 나눠 들자고 제안했다. 작은 우산 아래, 나는 그녀의 향수 냄새에 취해 어깨가 젖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니, 느끼지 않기로 했다.
"너의 스타일이 좋아." 그녀가 내 빈티지 데님 재킷을 만지며 말했다. 손가락이 천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내 심장은 그 터치의 궤적을 따라갔다. "너는 네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녀 앞에서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떤 날은 친한 친구처럼, 또 어떤 날은 거의 연인처럼, 우리의 관계는 마치 계절마다 바뀌는 컬렉션처럼 정의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새 사진을 올릴 때마다, 나는 그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으려 했다. 블랙 레더 재킷은 '오늘은 말 걸지 마', 파스텔 블라우스는 '기분이 좋아', 그리고 간혹 보이는 내가 선물한 팔찌는 '네가 떠오르고 있어'라는 비밀 언어였다.
어느 날 그녀가 묻더니 마음에 들어난다고 했던 내 푸른 스웨터를 입고 수업에 갔다. 그러나 그날 그녀는 결석했다. 나는 혼자 남겨진 마네킹 같았다.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오늘 뭐 입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그냥... 청바지랑 티셔츠." 사실은 어제의 실패한 스웨터를 다시 입고 있었다.
"나는 네가 준 스카프를 매고 있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겨울이 끝나가. 우리도 이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아."
침묵이 우리 사이에 무거운 패브릭처럼 드리워졌다.
"무슨 말이야?" 내 심장이 스티치처럼 촘촘하게 뛰었다.
"이 썸타기. 지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해. 완벽한 핏의 옷을 입든지, 아니면 영원히 옷장에 걸어두든지."
그날 밤, 나는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옷을 고르면서,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입는 옷이 아니라, 우리가 벗어던지는 가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의 감정을 입고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정직한 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