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포켓몬: 썸타기 마스터의 비밀
민석은 인생에서 포켓몬 마스터보다 썸타기 마스터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카페 창가에 앉아 도착하지 않은 문자를 확인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 보이지 않는 포켓볼을 굴리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썸은 결국 포켓몬 배틀과 같아. 상대방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해야 해." 지난주 민석의 절친 준호가 한 말이었다. 준호는 포켓몬 게임에서는 챔피언이었지만, 연애에서는 항상 첫 체육관도 통과하지 못했다.
민석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녀, 수아의 메시지였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는데." 민석의 심장이 잠만보의 지진파처럼 흔들렸다. 이게 바로 '썸'의 마법이었다. 불확실성. 가능성. 설렘. 모든 것이 미지의 포켓몬을 만난 듯한 흥분으로 가득 찼다.
"있어! 뭐 보고 싶은데?" 민석은 이모티콘 없이 답장했다가, 다시 지우고 웃는 이모티콘을 첨부했다. 그리고 다시 지웠다. 이런 고민은 포켓몬 대전에서 물타입을 내보낼지, 불타입을 내보낼지 고민하는 것보다 더 복잡했다.
수아와의 썸은 3개월째 계속되고 있었다. 함께 본 영화는 다섯 편, 카페 데이트는 아홉 번, 손을 잡은 횟수는 단 한 번. 그것도 수아가 인도 음식점 계단에서 미끄러질 뻔했을 때였다. 민석은 이 모든 데이터를 포켓몬 도감 정리하듯 머릿속에 저장해두었다.
"어떤 게임이든 최종 보스가 있듯이, 썸도 끝을 맺어야 해." 준호의 조언이 귓가에 맴돌았다. 오늘 밤, 민석은 자신의 마음을 '포획'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영화관에서 수아는 팝콘을 집으려다 민석의 손에 우연히 닿았다. 피카츄의 전기 충격처럼 찌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민석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사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수아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스터볼처럼 민석의 모든 방어를 무력화시켰다. "나도 할 말이 있어."
"너... 내가... 우리..." 민석의 말은 꼬였다. 진화에 실패한 이상해씨처럼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수아가 웃었다. "네가 내 프로필 사진에 좋아요 누른 걸 봤어. 8개월 전 사진에." 민석의 얼굴이 파이리의 꼬리처럼 붉어졌다. "귀여웠어. 사실 나도 널 좋아해. 이 썸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포켓몬 배틀에서 상대가 먼저 항복한 것처럼, 갑자기 모든 게 쉬워졌다. 민석은 깨달았다. 썸타기는 포켓몬 게임과 정반대였다. 게임에선 상대를 제압해야 하지만, 썸에선 때로는 자신의 방어벽을 내려야 했다.
영화가 끝나고, 그들은 손을 잡고 밤거리를 걸었다. 민석의 마음속에 있던 무수한 포켓몬들—불안, 두려움, 설렘—이 모두 진화하여 하나의 감정이 되었다. 사랑. 그것은 어떤 포켓몬보다도 강력했고, 어떤 배틀보다도 흥미로웠다. 민석은 이제 진정한 썸타기 마스터였다. 그리고 모든 마스터가 알듯이, 진정한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