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의 썸타기: 15층의 달빛 아래
호텔 15층 라운지 바에서 그녀는 내 시선을 세 번째로 마주했다. 처음은 우연이었고, 두 번째는 호기심이었으며, 세 번째는 분명한 의도였다. 나는 이런 게임에 익숙했다. 아니, 익숙하다고 착각했다.
"혼자 오셨어요?" 그녀가 먼저 다가왔다. 목소리는 따뜻한 위스키처럼 부드럽고 그을린 느낌이었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밤이었다. 호텔 특유의 중성적인 향기와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재스민 향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출장 중이에요. 당신은요?" 나는 물었다. 그녀는 미소로 대답했다. 수수께끼같은 미소였다.
"나는... 여기 산다고 할 수 있죠." 그녀가 답했다.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를 청했다. 붉은 와인이 잔 속에서 출렁였다. 마치 비밀을 품은 깊은 우물처럼.
우리는 대화했다. 서로의 단어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녀는 내 농담에 적절히 웃어주었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였다. 호텔 라운지의 부드러운 조명 아래, 우리의 대화는 마치 잘 짜인 춤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내 방에 와볼래요?" 세 시간의 대화 끝에 그녀가 제안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썸이 무르익는 순간이었다.
1503호. 그녀는 키카드를 대고 문을 열었다. 방에 들어서자 창문으로 보이는 야경이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미니바에서 샴페인을 꺼냈다.
"이곳에서의 밤은 특별해요." 그녀가 말했다. 달빛이 그녀의 얼굴 반쪽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사진처럼 기억에 담았다.
우리는 발코니에 나가 샴페인을 마셨다. 그녀의 손이 내 손에 스쳤을 때,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감춰져 있었다.
"사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이 호텔을 떠날 수 없어요."
나는 웃었다. "체크아웃이 늦으신가 보네요."
"아니요,"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멀게 들렸다. "난 3년 전, 이 방에서 생을 마감했어요."
그 순간 찬바람이 불었고, 나는 발코니에 혼자 서 있었다. 손에 들린 샴페인 잔은 하나뿐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프론트에 전화했다.
"죄송합니다만, 1503호의 이전 기록이 궁금해서요."
잠시 후 직원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저희 호텔에는 1503호가 없습니다. 13층 다음이 바로 14층이에요."
창가로 다시 걸어가 밖을 내다보았다. 달빛 아래, 도시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재스민 향기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진정한 썸이란, 현실과 환상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