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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MBTI

MBTI 썸타기: 우리는 어디쯤인 걸까?

박지수는 이수현의 눈을 쳐다보며 MBTI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난...INFJ야." 소개팅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그녀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최근 유행하는 대화 주제를 꺼내지 않으면 어색한 침묵만 이어질 것 같았다. 이제 26살, 네 번째 소개팅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썸'이란 감정을 제대로 정의내리지 못했다.

"아, 그래? 난 ENTP." 이수현이 커피잔을 들며 미소지었다. "우리 궁합 최악이라던데."

지수의 어깨가 살짝 처졌다. 카페의 은은한 재즈 선율이 그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덮어줬다. 창밖으로 내리는 가을비가 유리창에 투명한 선을 그렸다.

"그런 거 믿어?" 수현이 갑자기 물었다. "MBTI 같은 거. 사람을 16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지수는 잠시 생각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대화의 출발점으로는 좋은 것 같아. 서로를 이해하는 지름길 같은..."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씨는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나는 그냥... 직접 경험하는 편이야. INFJ라고 해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잖아."

그들의 대화는 MBTI에서 좋아하는 영화, 음악, 그리고 각자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커피 두 잔이 비워질 때쯤, 지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썸인가?' 감정의 경계가 모호했다. 전에 없던 따뜻함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단순한 호감인지 더 깊은 무언가의 시작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헤어질 시간, 카페 앞에서 우산을 펼치던 수현이 갑자기 말했다. "사실 나 MBTI 다시 했어. 이번엔 INFP가 나왔어."

지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거짓말했어?"

"궁합 최악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어. 사실 INFJ와 INFP는 꽤 잘 맞는다던데."

지수는 미소지었다. "그러니까...넌 지금 우리 사이를 테스트한 거야?"

"테스트까진 아니고..." 수현이 머뭇거렸다. "그냥 우리가 어디쯤 있는지 알고 싶었어."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지수는 수현의 우산 아래로 들어섰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MBTI 유형 사이의 간격만큼이나 모호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건 더 이상 단순한 '썸'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쩌면, 네 글자로 된 성격 유형보다 중요한 건 이렇게 함께 걷는 순간의 감정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 지수는 자신의 MBTI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실은 그녀도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INFJ가 아닌 ENFP였다. 때로는 진실보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관계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우산 아래 두 사람의 발걸음이 점점 같은 리듬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