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게임: 알수 없는 승부
열쇠를 돌리는 순간, 아내의 향수 냄새 대신 차가운 정적이 날 맞이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낯선 게임기와 함께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규칙은 간단해요." 나는 그녀의 필체를 알아보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15년 동안 함께한 아내는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었다.
게임기를 켰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우리 집 도면이었다. 거실, 주방, 침실, 그리고 아내가 절대 들어가지 말라던 그녀의 작업실까지. 화면 상단에는 "숨겨진 진실을 찾아라"라는 문구가 깜빡였다. 조이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자 가상의 내가 집 안을 돌아다녔다. 이상하게도 게임 속 집은 실제보다 더 넓고, 더 많은 서랍과 문이 있었다.
첫 번째 단서는 침실 서랍에서 발견했다. 게임 속 일기장이었다. "오늘도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밤마다 무엇을 하는지." 나는 실제 서랍을 열어보았지만, 그런 일기장은 없었다. 다음 단서는 주방 냉장고 뒤에 숨겨진 열쇠였다. 게임 속에서 그 열쇠는 작업실 안쪽의 또 다른 문을 열었다.
현실에서 냉장고를 움직여보니 정말로 작은 열쇠가 테이프로 붙어있었다. 손이 떨렸다. 아내의 작업실로 향했다. 문은 항상 그랬듯 잠겨 있었다. 아내는 자신의 일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만 했고,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열쇠로 문을 열었다. 작업실 안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디자인 도구 대신, 벽면에는 수십 개의 모니터가 있었고, 각 화면에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비춰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수많은 게임 시나리오가 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현실 조작 게임: 대상 - 남편" 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있었다.
게임으로 돌아가 마지막 장소인 지하실로 향했다. 우리 집에는 지하실이 없었다. 게임 속 지하실에는 여러 모니터와 함께 사람처럼 생긴 캡슐이 있었다. 그 안에는 게임 속 또 다른 '나'가 누워있었다. 화면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진실을 찾았군요.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게임을 계속할까요, 아니면 현실로 돌아갈까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나 왔어. 오늘은 어땠어?" 내 손에는 여전히 게임 컨트롤러가 쥐어져 있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Continue' 또는 'Exit'. 아내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나는 결정해야 했다. 15년간의 결혼 생활이 실제였는지, 아니면 누군가 설계한 정교한 게임이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