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귀신: 망자의 속삭임
내 아내는 죽은 뒤에도 집에 돌아왔다. 처음엔 옷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였다. 다음엔 새벽 세 시에 부엌 의자가 살짝 끌리는 소리. 그리고 어젯밤엔, 분명히 그녀의 향수 냄새가 침실을 가득 채웠다.
장례식 후 사흘째 되는 날, 나는 그녀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장을 열자 라벤더 향이 밀려왔다. 그녀가 좋아하던 향이었다. 손가락으로 옷들을 쓸어내리는데, 갑자기 차가운 공기가 내 목덜미를 스쳤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옷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가 가장 아끼던 흰 원피스가 살짝 흔들렸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민지야?" 내 목소리는 텅 빈 방에 메아리쳤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잠을 청하려는데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늘 그랬듯, 밤중에 물을 마시러 가는 소리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용기를 내어 부엌으로 발을 옮겼다. 식탁 위에는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물방울이 유리잔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틀 후,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침대 옆 테이블에 놓아둔 사진첩을 펼쳤다. 우리의 웨딩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미소가 얼마나 환했는지. 사진을 넘기는데 갑자기 페이지가 혼자서 넘어갔다. 그리고 멈춘 곳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진이 있었다. 아내가 혼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그 뒤에는 낯선 남자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날 밤 꿈에서 아내를 만났다. "내가 떠나기 전에 네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그녀가 말했다. "서랍장 맨 아래, 내 다이어리를 읽어봐."
잠에서 깨어나 곧바로 서랍장으로 향했다. 푸른색 다이어리가 그곳에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사고가 아니야."
심장이 멎는 듯했다. 다이어리는 진실을 담고 있었다. 아내는 자신이 발견한 비밀 때문에 위험에 처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비밀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관련이 있었다.
그날 밤, 다시 아내의 흰 원피스가 흔들렸다. 이번엔 창문이 열려 있었다. 커튼이 바람에 날리는 사이로 그녀의 실루엣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니, 정원 끝에 하얀 형체가 서 있었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무언가를 가리켰다. 나는 그 방향을 향해 걸었다.
정원 구석, 그녀가 가꾸던 장미 밑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무릎을 꿇고 파내자 작은 금속 상자가 나왔다. 열쇠는 필요 없었다. 이미 자물쇠는 열려 있었다. 안에는 USB와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살아남아야 해. 그가 곧 너를 찾아올 거야."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 번쩍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뒤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아내의 향수 냄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