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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소개팅

아내의 소개팅: 그녀의 이중생활

침대 옆 테이블에서 아내의 핸드폰이 울렸다. "내일 7시, 강남역 12번 출구에서 만나요. 소개팅 장소는 제가 예약할게요." 메시지를 본 순간, 내 심장은 유리잔처럼 깨져버렸다.

결혼 5년 차, 나는 아내 지현이 소개팅을 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우연히 발견했다. 화가 치밀어 당장 그녀를 추궁하고 싶었지만, 출장에서 돌아오면 대면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날 밤, 나는 호텔 천장을 바라보며 우리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최근 그녀의 귀가가 늦어진 날들, 갑자기 늘어난 '여자 친구와의 약속', 화장이 진해진 주말 외출...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는 회의를 취소하고 강남역 12번 출구 앞 카페에 앉았다. 7시가 되자 익숙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는 내가 본 적 없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긴장된 듯 보였지만, 어딘가 설레는 기색도 엿보였다. 주머니 속 결혼반지가 손가락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때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예상과 달리 젊은 남자가 아니라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들은 악수를 나눈 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나는 멀리서 그들을 따라갔다. 창가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서류가 놓여 있었다. 대화는 진지해 보였고, 때때로 아내는 무언가를 필기했다.

한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지현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아내는 깜짝 놀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여보, 왜 여기에...?"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줘." 내 목소리는 차가웠다.

중년 남성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 남편분이시군요. 저는 김 교수라고 합니다. 부인께서 창업 멘토링을 요청하셔서..."

아내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내게 건넸다. 그것은 베이커리 창업 계획서였다. "깜짝 선물로 준비하고 있었어. 네가 항상 빵집을 열고 싶어했잖아. 우리 결혼기념일에 창업자금을 선물하려고..."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테이블 위에는 '남편 생일 소개팅 레스토랑 예약했음'이라고 적힌 메모가 있었다. '소개팅'은 내게 창업 멘토를 소개하는 자리였고, 그 장소는 다음 주 내 생일 깜짝 파티 장소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항상 네 꿈을 응원해."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의심보다 신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아내의 눈에서 빛나던 그 사랑을,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