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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썸타기

아내의 썸타기: 세 번째 결혼기념일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을 때,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아내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휴대폰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각도, 그리고 내게서 멀어지는 그 마음의 거리까지. 모두 낯설지 않은 신호였다.

"여보,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겼어.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반음 높았다. 우리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 저녁에.

아내가 현관문을 닫고 나간 후, 나는 식탁 위에 준비해둔 와인과 촛불을 바라보았다. 촛농이 천천히 흘러내리며 하얀 접시 위에 작은 강을 만들었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아직 공기 중에 맴돌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SNS 계정을 열었다. 비밀번호는 여전히 우리가 처음 만난 날짜였다. 메시지함에는 낯선 이름이 있었다. 민준. 대화 내용은 간결했지만, 그 안에 담긴 설렘은 숨길 수 없었다. '오늘 7시에 만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그녀의 답장, '나도 기다렸어요.'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작은 총알처럼 들렸다. 나는 와인을 한 잔 따랐다. 붉은색 액체가 유리잔 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내 머릿속 생각처럼.

결혼 전, 아내는 내게 썸타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백했었다. "설렘이 필요해," 그녀는 말했다. "결혼해도 그 설렘을 잃고 싶지 않아." 나는 그때 웃으며 약속했다. 항상 설렘을 주겠다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냈다. '행복한 결혼기념일'이라고 쓰인 초콜릿 글씨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나는 천천히 코트를 입고 우산을 집어 들었다.

그녀가 말한 카페는 우리 아파트에서 멀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그들이 보였다. 아내는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활짝 핀 미소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커피 향이 나를 반겼다. 아내는 나를 보고 얼굴이 하얘졌다. "여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조용히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민준 씨,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남편입니다." 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 아내에게 주는 그 설렘에 감사드립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용서해줘,"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랑은 때로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설렘을 갈망한다.

그날 밤, 우리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대화했다. 아내는 울었고, 나는 들었다. 어쩌면 썸은 끝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가끔은 길을 잃어야 진짜 집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