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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여름

아내와 여름: 끝나지 않는 계절

그녀가 집을 나간 날은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손목시계는 6월의 첫째 주 화요일, 오후 2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내는 짐을 싸면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녀의 어깨를 비추었고, 등 뒤로 흐르는 땀방울이 시간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언제 돌아올 거야?" 내가 물었다. 아내는 대답 대신 선풍기를 켰다. 회전하는 바람이 그녀의 치마를 살짝 들어올렸다가 내려놓았다. 그녀의 말없는 대답은 우리 사이에 맴돌았다.

여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내 없는 여름. 에어컨은 고장 났고, 수리기사는 일주일 후에나 올 수 있다고 했다. 방 안은 35도. 내 기억 속 아내의 체온과 같았다. 나는 그녀가 남긴 흔적들을 하나씩 발견했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쇼핑 메모, 욕실 선반 위의 반쯤 남은 로션, 책장에 꽂힌 책 사이에서 발견한 그녀의 머리카락.

밤에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도시의 소음과 함께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열대야. 잠들 수 없는 밤. 침대 오른쪽은 비어 있었다. 그녀가 자던 자리. 깊은 밤, 손을 뻗어 아내의 자리를 만지면 시트는 여전히 뜨거웠다. 마치 방금 누군가 일어난 것처럼.

아내의 화분들은 하나둘 죽어갔다. 물을 주는 것을 잊었다. 아니, 잊은 척했다. 그녀가 돌아올 때 모든 것이 그대로이길 바랐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에 그녀가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한 달이 지났다. 7월의 장마는 도시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습기는 벽지를 들뜨게 했고,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내 얼굴에 맺힌 땀과 구분할 수 없었다. 아내의 옷장을 열었다. 그녀의 여름 원피스들이 고요히 매달려 있었다. 꽃무늬, 줄무늬, 민무늬. 그중 하나를, 아니 여러 개를 꺼내 침대 위에 펼쳐놓았다. 원피스에서는 여전히 아내의 향기가 났다.

8월이 되었을 때, 나는 그녀의 편지를 발견했다.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진 봉투 안에는 정확히 세 줄의 글이 씌어 있었다. "나는 여름이 끝날 때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해바라기를 키워줘요. 우리 창가에."

다급히 씨앗을 구해 화분에 심었다. 늦은 여름, 8월의 햇살 아래 해바라기는 놀라운 속도로 자랐다. 마치 그녀의 부재를 알고 있다는 듯이. 나는 베란다에 앉아 해바라기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다. 키가 크고, 노란 꽃잎을 활짝 피웠을 때, 9월의 문턱에 선 여름의 마지막 날,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었을 때, 아내는 여전히 여름이었다. 그녀의 피부는 햇빛에 그을려 있었고, 머리카락은 더 짧아져 있었다. 손에는 작은 가방 하나.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름 모를 바다가 담겨 있었다. 해바라기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름은 끝났지만, 우리의 여름은 이제 막 시작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