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여친: 그림자의 경계
그녀가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 달라졌다. 남편인 내가 좋아하는 원두를 구워 향이 날 때까지 기다리던 습관이, 어느 순간부터 캡슐 커피로 대체되었다. 사소한 변화였지만, 10년 된 결혼 생활에서 나는 그런 미세한 파도를 놓치지 않는다.
"오늘은 회사에서 회식이 있어. 늦을 것 같아."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눈빛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거울 앞에서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더 공들여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붉은색. 우리 결혼식 날 그녀가 바른 색과 같았다.
저녁, 나는 그녀의 회사 앞에 서 있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신뢰는 결혼의 기반이라고 항상 믿어왔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대는 의심을 무시할 수 없었다. 8시 30분, 직원들이 하나둘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모퉁이를 돌아 나타난 그녀가 낯선 남자와 걸어오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내 귀에 꽂혔다.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였다. 자유롭고, 가벼운, 마치 여자친구였을 때의 웃음 같았다.
나는 어둠 속에 숨어 그들을 지켜봤다. 남자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내 아내가 아닌, 누군가의 여자친구였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 곧 끝날 것 같아. 조금만 기다려." 그녀의 목소리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새벽 1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조용히 신발을 벗고 있었다.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퍼졌다. 익숙하지 않은 향이었다.
"회식 어땠어?" 내 질문에 그녀는 잠깐 멈춘 후 미소를 지었다.
"지루했어. 부장님 이야기만 세 시간이나 들었어."
침대에 누운 그녀에게 팔을 뻗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겼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듯했다.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아내와 여자친구 사이의 경계. 그녀는 내 아내였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 그녀는 평소처럼 커피를 내렸다. 이번엔 원두를 직접 갈아서. 마치 어제의 일은 꿈이었던 것처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고, 나는 그 얼굴에서 두 개의 그림자를 보았다. 하나는 내게 익숙한 아내의 얼굴, 다른 하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여자의 얼굴.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녀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