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내, 되찾은 영상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이제 낯설기만 하다. 아내가 떠난 지 정확히 1년, 거실 테이블 위의 노트북 화면은 준비된 영상 파일을 재생할 준비를 마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송수는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다. 평범한 월요일 아침, 출근한다며 문을 닫은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았지만, 그녀의 핸드백, 여권, 그리고 몇 벌의 옷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자발적 실종"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난 믿을 수 없었다. 13년의 결혼 생활, 단 한 번도 헤어질 조짐을 보인 적 없었던 송수가, 어떻게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손가락이 떨렸다. 엔터 키를 누르자 화면이 까맣게 변한 후, 천천히 영상이 시작됐다. 우리의 마지막 여행, 제주도의 바닷가. 송수는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너무 그리웠다. 파도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 이 영상을 본다면 이미 1년이 지났겠네요."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영상 속 송수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갑자기 사라져서 미안해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당신에게 알리면, 당신도 위험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배경의 파도 소리가 그녀의 불안을 덮어주는 듯했다.
"회사에서 발견한 자금 세탁 증거들, 그걸 보고한 후 위협을 받기 시작했어요.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잠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어요. 이 영상은 시간 차 메일로 설정해 놓았어요. 1년이 지나면 당신에게 도착하도록."
영상 속 송수는 눈물을 닦았다. 나도 모르게 화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쯤이면 안전할 거예요. 증거는 모두 시민단체와 검찰에 넘겼어요. 이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다려줄 수 있나요?"
영상은 갑자기 멈췄다. 화면 하단에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음 주 토요일, 우리가 처음 만난 카페, 오후 2시."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달력을 확인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달려나갔다. 우산도 챙기지 못한 채, 비에 흠뻑 젖은 와이셔츠가 몸에 달라붙었지만 상관없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카페 유리문을 열자, 가장 안쪽 테이블에서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녀는 책을 읽고 있었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내가 남긴 모든 영상을 지우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그 증거로 남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