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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재밌는

아내의 재밌는 비밀 일기

아내의 일기장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단순히 책장을 정리하다 손에 잡힌 낡은 가죽 표지의 노트였을 뿐인데, 그 안에는 내가 알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오늘도 그는 내 비밀을 눈치채지 못했다. 참 단순한 남자야."

첫 페이지부터 나를 향한 작은 조롱이 담겨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15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녀의 필체는 날카롭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마치 평소 내가 알던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아내와는 전혀 다른 사람의 것 같았다.

"오늘은 세 번째 의뢰를 완수했다. 내 손에서 사라진 그림은 이제 어딘가의 금고 속에 숨겨져 있겠지. 남편은 내가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고만 알고 있다. 그가 알았다면 얼마나 재밌는 표정을 지을까?"

나는 침을 삼켰다. 거실 벽에 걸린 그녀의 그림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아내는 미술 동호회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저 퇴근 후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취미라고만 생각했는데...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세계적인 미술품 복제 기술을 완성했다. 이제 내 복제품과 원본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오늘 저녁 뉴스에서 박물관 도난 사건을 다루겠지만, 아무도 그 그림이 아직 그 자리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모를 거야."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 아내는... 미술품 도둑이었던 걸까? 아니, 도둑이 아니라 천재적인 복제 예술가였다. 그녀가 15년 동안 내게서 숨겨온 비밀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갓 쓰여진 듯한 잉크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내 일기를 읽고 있다면, 이제 모든 것을 알게 되었겠군요. 놀랐나요? 화가 났나요? 아니면... 재밌나요? 당신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모든 것을 설명해 드릴게요. 그리고 당신도 이 재밌는 게임에 함께 하지 않을래요? P.S. 이 일기장은 당신을 위해 일부러 남겨둔 거예요."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구두 소리가 복도를 따라 다가왔다. 나는 일기장을 제자리에 놓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내 아내를 진짜로 만나게 될 것 같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아내의 비밀보다 더 재밌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