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귀환: 호러보다 무서운 현실
그녀가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커피잔을 발견했을 때였다. 문제는 내 아내가 3년 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그저 피로와 외로움이 만들어낸 착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밤 부엌에서 들려오는 그릇 부딪치는 소리, 아내가 좋아하던 장미향 퍼퓸이 복도에 감도는 순간들이 쌓여갔다. 냉장고에는 내가 사지 않은 그녀가 좋아하던 딸기 요거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거울 표면에는 따뜻한 증기가 서리고 나면 그녀의 립스틱으로 쓴 듯한 '돌아왔어요'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밤마다 침대 반대편이 움푹 꺼지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실루엣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불을 켜면 언제나 빈자리뿐이었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 자주 읽던 소설책들이 책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우리의 결혼사진 속 그녀의 얼굴은 매일 아침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여보, 내가 보고 싶었어?" 어느 새벽, 부엌에서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떨리는 손으로 스위치를 켰을 때, 싱크대 앞에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3년 전 입었던 그 하얀 원피스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돌아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몰라요."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창백한 얼굴, 생기 없는 눈동자, 그러나 그 미소만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공포보다 더 강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어쩌면 이것이 악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에게 다가갔다. "정말... 너야?"
"물론이죠." 그녀가 내 뺨을 쓰다듬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길이었지만, 그 감촉은 분명 그녀였다. "당신이 날 너무 그리워해서 돌아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눈에서 한 줄기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이 날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알려주러 왔어요. 내가 돌아올수록 당신도 이쪽으로 오게 될 거예요."
그제서야 깨달았다. 최근 들어 자꾸 기침이 나오고,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 기력이 빠지는 증상들... 의사가 권했던 검진을 미뤄온 나의 모습.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아직 당신 차례가 아니에요. 내일 병원에 가요. 약속해요."
아침이 되자 그녀의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다만 냉장고 문에 작은 메모가 붙어있었다. '나를 놓아주세요.' 그날 오후, 병원에서 초기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기적적으로 일찍 발견되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문에 비친 내 모습 뒤로 그녀가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두려움 대신 감사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나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 돌아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