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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부모님

애니메이션 속 부모님: 선 너머의 목소리

목소리가 먼저 돌아왔다. 향수처럼 진하게 번지는 아버지의 웃음소리, 어머니의 다정한 꾸중. 오래된 VHS 테이프를 플레이어에 밀어 넣었을 때, 화면이 깜빡이며 나타나기도 전에 그 소리가 내 심장을 쥐어짰다.

"내 아이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에 우리가 나온다고? 그거 보러 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니?" 아버지의 장난기 어린 질문이 테이프에서 흘러나왔다. 십 년 전 인터뷰. 내가 대학에 가기 전날 밤, 애니메이터의 꿈을 품은 열여덟 살의 나는 부모님을 카메라 앞에 앉혀 놓고 미래의 작품에 참고하겠다며 이것저것 물었었다.

스크린에 등장한 부모님은 생각보다 젊었다. 아버지의 검은 머리칼, 어머니의 주름 하나 없는 미소가 낯설었다. 애니메이션 프레임처럼 정지된 순간들. 나는 연필을 집어 들고 스케치북에 그들의 표정을 옮기기 시작했다. 선 하나, 곡선 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손가락은 기계적으로 움직였지만, 눈은 흐려져 있었다.

"걱정 마, 엄마. 네 목소리는 우리 작품의 주인공 엄마 역할로 꼭 쓸 거야." 테이프 속의 내가 말했다. 카메라 뒤에서 바보 같은 농담을 던지는 나를 어머니는 부끄러운 듯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테이프가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급 애니메이션의 원천이 될 줄은. 졸업 작품으로 시작한 '우리 집 이야기'는 어느새 내 첫 장편 애니메이션의 핵심이 되었다. 화면 속 부모님의 움직임, 말투, 습관들은 내 연필 끝에서 생명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완성된 작품을 볼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사고. 서른 살의 내가 받은 첫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제 초청장과 부모님의 부고는 불과 석 달 차이였다. 지금 내 작업실 벽에는 그들과 함께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과 내 애니메이션의 포스터가 나란히 걸려 있다.

테이프는 계속 돌아갔다. "언제까지 찍을 거니? 배고프다." 아버지가 투덜거렸다. 어머니는 조용히 카메라를 향해 윙크했다. 그 윙크를 애니메이션에서 수백 번 그렸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영화제 마지막 날, MC는 나를 무대로 불렀다. "당신의 애니메이션 속 부모님 캐릭터가 실제 부모님을 모델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이 순간을 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나는 마이크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객석 맨 뒷자리, 어둠 속에서 두 개의 희미한 형체가 보였다. 아마도 피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창조한 애니메이션의 세계와 현실이 서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 형체들을 향해, 나는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살짝 윙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