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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귀신

에스파 만난 귀신: 경계를 넘어선 목소리

내 방을 채우는 에스파의 'Next Level' 멜로디가 갑자기 정지했다. 이어폰을 뺀 적도, 재생 버튼을 누른 적도 없는데. 화면을 확인하려 스마트폰을 들었을 때, 창백한 손가락이 내 손 위에 겹쳐져 있었다.

"그 노래, 계속 들려줘." 목소리는 얇은 종이를 찢는 것처럼 공기를 가르며 내 귓가에 스며들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내 침대 끝에 소녀가 앉아 있었다. 창백한 피부, 투명할 정도로 하얀 드레스,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기울어진 목. 그녀의 눈동자에는 검은 잉크가 번진 듯한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너... 귀신이지?" 내 목소리가 떨렸다.

"에스파 노래가 듣고 싶어." 그녀는 내 질문을 무시한 채 손가락으로 내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몸이 얼어붙는 공포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음악이 흐르자 소녀의 표정이 변했다. 공허했던 눈에 작은 빛이 돌아왔다. "살아있을 때 마지막으로 들은 노래야. 콘서트 가려고 표도 샀었는데..." 그녀의 목소리에서 슬픔이 묻어났다.

"어... 어떻게 된 거야?" 공포는 조금씩 호기심으로 바뀌어 갔다.

"교통사고. 에스파 콘서트 가는 길이었어."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상하지? 죽은 후에도 그 노래가 들리는 거야. 멀리서. 날 부르는 것 같아."

그날 밤, 나는 귀신 소녀와 에스파 노래를 들으며 밤을 새웠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녀의 슬픔에 귀 기울였다. 가끔은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일주일 후, 그녀는 다시 나타났다. "부탁할 게 있어. 내 이름으로 에스파 팬미팅에 가줄래? 내 표가... 아직 유효할 거야."

그녀의 지갑을 찾아 신분증과 콘서트 티켓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유효한 티켓이었다. 팬미팅 당일, 나는 그녀의 이름으로 행사장에 들어갔다. 사인을 받을 차례가 되자 떨리는 마음으로 에스파 멤버들에게 말했다.

"한 팬이 정말 여러분을 사랑했는데... 콘서트에 오지 못했어요. 그녀의 이름으로 사인해주실 수 있나요?"

카리나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기... 혹시..."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근에 돌아가신 팬 분 이야기인가요? 꿈에서 봤거든요. 우리 노래를 듣고 싶다고..."

그날 밤, 소녀는 마지막으로 내 방을 찾아왔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고마워. 이제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에스파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그녀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마지막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은 경계를 넘을 수 있어.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도."

지금도 가끔, 에스파의 노래를 들을 때면 누군가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 진정한 팬심은 어쩌면 죽음보다도 강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