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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드라마

여름 드라마: 우리가 빛나던 순간

여름의 마지막 날, 나는 베란다에 버려진 낡은 텔레비전을 발견했다. 꺼져 있는데도 화면에 내 얼굴이 선명하게 비쳤다. 열아홉 살의 나였다.

텔레비전에 손을 대자마자 쏟아지는 매미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웠다. 바늘처럼 쏘는 햇빛,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그리고 시원하게 달콤한 수박 맛이 혀끝에서 살아났다. 이 미친 감각들은 십 년 전, 우리 마을에서 벌어진 열네 편짜리 청춘 드라마 촬영 현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저기, 조연 역할인데... 한번 해볼래?" 그날, 우연히 길을 지나던 나에게 어떤 스태프가 말을 건넸다. 당시 마을에서는 큰 드라마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모든 주민들이 흥분했지만, 특별히 관심 없던 나는 그저 아르바이트 삼아 승낙했다.

대사는 딱 한 줄. "선배, 이거 맞나요?" 세 번의 NG 끝에 겨우 통과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그날 촬영장에서 만난 미나는 달랐다. 주연 배우의 스턴트 대역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역할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그녀는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넌 왜 그렇게 진지해?" 내가 물었다.

"인생은 짧은 드라마야. 주연이든 조연이든 자기 장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지."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넌 네 인생의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이고 싶어?"

그 질문은 내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틀 후, 촬영이 끝나고 미나는 떠났다. 우리는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았다. 그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텔레비전에서 손을 떼자 매미 소리가 사라졌다. 화면이 켜지며 뉴스가 나왔다. 성공한 영화감독 미나의 근황을 알리는 기사였다. "어린 시절 스턴트 연기를 하며 꿈을 키웠던 그녀는..." 화면 속 미나는 예전 그대로였다. 자신의 역할에 진심인 사람.

나는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열아홉의 나를 바꾼 여름 드라마 이후 쓰기 시작한 시나리오들이 가득했다. 미완성이었다. 창밖으로 여름의 마지막 햇살이 쏟아졌다. 노트북을 켜고 첫 문장을 썼다. "여름의 마지막 날, 나는 베란다에 버려진 낡은 텔레비전을 발견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인생 드라마에 잠깐 등장하는 조연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내게 주어진 그 짧은 장면에서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 하는 거겠지. 그날 여름, 미나가 말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