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병원: 그날의 햇살
병원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여름 햇살이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평온해 보였다.
나는 창가에 서서 병실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병원 정원의 나무들은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느릿느릿 산책을 하고 있었다.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유리창을 통해 전해지는 열기는 뜨거웠다. 7월의 한낮, 아스팔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함께 내 19번째 여름이 무더위 속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물 좀 줄래?"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침대 옆 테이블에서 물병을 집어 컵에 물을 따랐다. 빨대를 아버지의 입술에 가져다 대자 그는 힘겹게 물을 빨아들였다. 이제는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그에게 큰 노력이었다.
"네가 열여섯이었을 때 함께 갔던 해변 기억나니?" 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끄덕였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우리는 그날 처음으로 서핑을 배웠다. 아버지는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계속 넘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 그는 마침내 파도를 타고 해안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 그때 아버지의 웃음소리는 내 평생 들었던 것 중 가장 행복한 소리였다.
"의사는..."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이번 여름이 내게 마지막일 거라고 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심장 모니터의 규칙적인 비프음만이 침묵을 깨뜨렸다.
"아버지, 해변에 다시 가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날 나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설득해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 휠체어를 멈추고 모래사장에 앉았다. 아버지는 약해진 몸으로도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바다 내음을 맡았다.
"이것 봐, 아버지." 내가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내밀었다. 작은 서핑보드 열쇠고리였다. "언제나 파도를 이길 수 있게."
아버지는 웃음 지었다. 그의 웃음이 여름 햇살처럼 따스했다.
그로부터 3주 후,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내 손에는 그가 꽉 쥐고 있던 서핑보드 열쇠고리가 남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날 아버지가 떠난 병실에서 바다 냄새를 맡았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여름 햇살 속에서, 아버지는 마침내 가장 높은 파도를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