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썸타기: 햇빛 아래 흔들리는 마음
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우리 사이에서 웃음처럼 피어올랐다. 해변 파라솔 아래, 시간은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흘러갔고, 나는 그의 미소에 작은 설렘을 숨겼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옆 부서 직장 동료였던 민우는 회사 워크숍에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사무실의 형광등 아래서는 볼 수 없었던 자유로운 웃음소리,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장난스러운 발걸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향한 그 시선. 이 모든 것이 낯설고도 익숙했다.
"잠깐 바다 보러 갈래?" 민우가 물었을 때, 태양은 수평선 위로 황금빛 다리를 놓고 있었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속삭이고, 모래는 발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 순간 알았다. 이것이 바로 '썸'이라는 것임을.
"이번 여름이 끝나면 호주로 발령받게 됐어." 그의 말에 내 마음속 파도가 잠시 멈췄다.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더 솔직해질 수 있는지도 몰라." 그가 내 손등을 스치듯 만졌을 때, 바닷물보다 더 짜게 느껴지는 그 촉감에 나는 눈을 감았다.
우리는 썸타기의 황금률을 따랐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회사 사람들 앞에선 동료처럼, 둘만 있을 땐 가능성으로 가득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저녁 바비큐 파티에서 그가 몰래 내 접시에 올려준 새우 한 마리, 캠프파이어 앞에서 살짝 겹쳐진 어깨, 그리고 별 보러 가자며 나를 데려간 한적한 모래사장.
"진짜 좋아해." 그의 고백은 바다처럼 깊고 조용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약속하진 말자."
찰나의 여름, 영원한 흔적.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정의되었다. 호주행 비행기 티켓이 그의 서랍에 놓여있는 동안,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지금'이라는 시간을 선택했다.
워크숍 마지막 날,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이런 게 썸이라면, 난 평생 썸만 타고 싶어." 그의 말에 우리는 웃었지만, 내 마음속엔 작은 파도가 일었다.
지금도 가끔, 여름이 오면 나는 창문을 열어둔다. 그날의 바다 내음이 돌아올 것 같아서. 평생 썸만 타겠다던 그 사람은 이제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어쩐지 내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모든 계절이 그렇듯, 진짜 사랑은 영원한 썸타기처럼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