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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아내

여름의 아내

그녀가 사라진 건 여름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침대 반쪽이 비어 있었고, 옷장의 절반도 비어 있었다. 냉장고에 붙은 메모지에는 단 두 줄. "미안해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게 전부였다. 이십 년 결혼 생활의 종말치고는 너무 소박했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모가 있잖아요. 자발적으로 떠난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경찰관은 긴 여름날의 땀 냄새처럼 짙은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그녀의 친구들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혹은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주일이 지나자 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에어컨 필터를 갈아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가 항상 하던 일이었다.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는 동안 나는 그녀가 남긴 흔적을 찾아보았다. 그녀의 머리카락, 손톱의 흔적, 냄새, 무엇이든. 하지만 에어컨은 차갑게 바람만 내뿜었다.

열흘째 되는 날, 그녀의 화분에 물을 주었다. 그녀는 식물을 좋아했다. 특히 여름에 피는 꽃들. 창가에 서서 물을 주다 발치에 떨어진 작은 종이 쪽지를 발견했다. 그녀의 필체였다. "지하실 왼쪽 벽에서 세 번째 벽돌."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손전등을 비추며 왼쪽 벽을 더듬었다. 세 번째 벽돌은 다른 것들보다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쉽게 빠졌다. 그 뒤에는 작은 방수 주머니가 있었고, 그 안에는 USB 드라이브 하나와 또 다른 메모가 들어 있었다.

"이것을 보고 날 용서해주길. 당신이 알아야 할 진실이에요."

USB에는 사진 파일 하나와 문서 파일 하나가 있었다. 사진은 내가 모르는 남자와 함께 찍은 그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건 불륜의 증거가 아니었다. 문서 파일에는 내 이름으로 된 생명 보험증서와 지난 3년간 그녀가 모은 병원 검사 결과가 있었다. 말기 암. 그녀는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당신이 내 고통을 지켜보는 것보다, 당신 기억 속의 내가 그대로 남아있길 원해요. 이 여름이 지나면 모든 게 끝날 거예요.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받게 될 거예요. 새 삶을 시작하세요."

창문 밖으로 여름 햇살이 쏟아졌다. 그녀가 사랑했던 계절이었다. 나는 창가에 서서 그녀의 화분들을 바라보았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꽃들은 여전히 피어나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가 말했었다. "여름은 모든 걸 태우지만, 또 모든 걸 자라게 하는 계절이야." 이제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녀의 화분에 물을 주며, 나는 계절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내가 여름과 함께 사라지길 원했다면, 나는 그 마지막 소원만큼은 존중해 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