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과 귀신: 보이지 않는 사이
그녀가 말했다. "내가 귀신을 볼 수 있게 된 건 네가 나를 무시한 그날부터야." 대학 4년 내내 짝사랑했던 여사친 민지의 고백은 소주 세 병째에야 터져 나왔다.
민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포장마차의 누런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평소보다 창백하게 만들었다. 소주잔을 비우는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귀에 걸린 작은 은색 귀걸이가 흔들릴 때마다 차가운 금속음이 귓가를 스쳤다.
"그때 나 고백했잖아. 넌 '우린 친구로 남자'고 했지." 그녀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그날 밤, 내 방에서 처음 봤어. 창가에 서 있던 여자를. 처음엔 환각인 줄 알았는데..."
민지의 말에 따르면, 그 이후로 그녀는 사람들 주변에 붙어 다니는 귀신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속삭이는 귀신, 귓가에 달라붙어 나쁜 생각을 주입하는 귀신,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귀신. 그녀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홀로 목격하는 공포 속에 살았다.
"너도 있어." 그녀가 내 어깨 너머를 응시했다. "항상 네 옆에 있어. 여자야. 생전에 널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 왼쪽 어깨에 고정되어 있었다.
"뭐라고... 하고 있어?"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가 말해. '그 애는 네게 어울리지 않아'라고." 민지의 눈이 촉촉하게 젖었다. "너도 알았을 것 같아. 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나에 대한 마음이 식는 순간들. 그게 다 그녀 때문이야."
어릴 적 교통사고로 잃은 사촌 누나가 생각났다. 항상 나를 예뻐했던, 내가 대학에 가면 소개시켜주고 싶다던 친구가 있었다고 했던. 그 친구의 이름이... 민지였다.
"미안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이제 알겠어. 내가 널 밀어낸 게 아니었어."
민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은 산 사람들만의 특권이 아니야. 그들도... 놓지 못하는 거야."
우리는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포장마차의 낡은 전등이 깜빡거렸다. 민지의 손을 잡은 내 손 위로, 보이지 않는 차가운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 왼쪽에 항상 비워두었던 그 공간이, 사실은 한 번도 비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