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마지막 이별: 우리가 남긴 것들
"네가 나한테 여사친이라고 불린 첫 날을 기억해?" 그녀의 문자는 새벽 세 시에 도착했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 푸른빛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했다. 다섯 해 전, 그녀가 웃으며 "난 네 여사친이 아니라 친구야"라고 말했던 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대학 4년과 사회인 1년, 우리는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을까?'라는 클리셰를 비웃으며 지냈다. 영화관에서 어깨를 기대며, 술에 취해 서로의 팔짱을 끼고 걸으며, 때론 서로의 연애 상담까지 들어주는 그런 사이. 사람들은 우리를 볼 때마다 '곧 사귀겠네'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우리는 그런 시선을 즐겼다. 한계선이 명확했으니까.
나는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어?"
그녀의 답은 간단했다. "내일 저녁에 시간 돼? 마지막으로 볼 사람이 너라서."
다음 날 저녁, 우리가 처음 만났던 대학가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아메리카노 두 잔, 창가 자리, 노란 조명 아래 그녀의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선명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우리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캐나다로 떠나. 워킹홀리데이."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10월 15일 비행기야."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났다. "이별 선언 같네. 우리가 사귀는 것도 아닌데." 내가 말했다.
"그게 문제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는 뭐였을까? 다섯 해 동안...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마다 '여사친'이라고 부르던 너. 그 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우리. 이제는 정리하고 싶어."
커피잔을 돌리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떠나는 것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그렇다고 붙잡을 권리가 나에게 있었던가?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이었나?
"네가 그토록 떠나고 싶었다면, 왜 하필 나한테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들, 영화 티켓, 그녀가 내게 보낸 편지들이 담겨 있었다. 모두 내가 그녀에게 준 것들이었다.
"이 다섯 해가 우정이었다면, 이런 것들을 간직할 이유가 없겠지."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우정 이상, 연인 미만. 그 어정쩡한 경계에서 내가 혼자 사랑했던 시간들을 돌려주러 왔어."
그날 밤, 빗속에서 그녀와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여사친'이라는 단어는, 사실 내가 그녀를 잃을까 두려워 만든 방어막에 불과했다는 것을.
봉투 속에서 하나 남겨진 편지를 펼쳤다. "여사친이 아닌 다른 호칭으로 날 부를 용기가 생길 때, 캐나다로 찾아와." 추신으로 그녀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비에 젖은 종이 위로, 내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