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귀신: 보이지 않는 그녀의 세계
그녀가 귀신을 본다고 했을 때, 나는 그저 웃었다. 연애 3개월 차에 발견한 여자친구의 특이한 취미라고 생각했다. "저기 창문 옆에 할머니가 서 계셔." 민지는 내 원룸을 처음 방문한 날, 아무도 없는 창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다.
"농담이지?" 내가 물었을 때, 민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창밖으로는 회색빛 서울의 늦가을 하늘만이 펼쳐져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 그냥 보여." 민지는 커피잔을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동자에는 오랜 시간 간직한 비밀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너한테 말하기로 결심하는 데 3개월이나 걸렸어."
처음에는 그저 그녀만의 독특한 상상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민지가 우리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맨 청년의 이야기를 정확히 묘사했을 때,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부동산 중개인도 모르는 30년 전 사건이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모두 사실이었다.
"네가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은 달라." 민지는 어느 날 밤, 한강변을 걸으며 말했다. 강물에 비친 도시의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겼다. "때로는 축복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저주 같기도 해."
여름이 왔을 때, 민지는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귀신들이 네 주변에서 멀어졌어. 네가 내 옆에 있으면 그들이 덜 보여."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찾았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녀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어느 비 오는 밤, 민지가 갑자기 전화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집에 있는 여자... 계속 나를 쳐다봐. 와줄 수 있어?" 번개처럼 달려갔지만, 그녀의 아파트 문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민지의 웃음이 아니었다.
문을 열자 민지는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웅크리고 있었다. "저기 있어, 보이지?"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 밤, 민지를 꼭 안고 잠들었다. 새벽녘,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민지는 내 옆에 없었다.
"민지야?" 욕실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문을 열자 민지가 거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알았다. 내 앞에 선 사람이 민지가 아니라는 것을.
그날 이후 민지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다만 가끔, 늦은 밤 창가에 그녀의 모습이 비친다. 손을 들어 인사하지만, 그녀는 그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다. 때로는 의문이 든다. 내가 사랑한 여자친구는 처음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