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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남사친

여친과 남사친: 투명한 경계선

그녀의 핸드폰이 불을 뿜었다. 새벽 2시 43분, 어둠 속에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화면 속에는 '승우 오빠'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난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내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지현이는 내 여친이 된 지 딱 100일째였다. 우리 관계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건 그녀의 '남사친' 승우였다. "그냥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구일 뿐이야"라는 말이 매번 내 귀에 맴돌았지만, 새벽의 메시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손가락은 이미 화면을 켜고 있었다. 비밀번호는 우리의 사귀기 시작한 날짜. 4자리 숫자를 누르자 채팅방이 열렸다.

"오늘도 못 잤어? 내가 그렇게 걱정되니?"

승우의 메시지. 그리고 지현이의 답장.

"너랑 있을 때가 가장 편해."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방 안의 온도계는 18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내 몸은 영하로 떨어진 것 같았다. 메시지를 더 올라가 보았다. 일주일치의 대화가 펼쳐졌다. 대화 내용은 일상적이었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더 아팠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내일 우리 약속 꼭 지켜. 민준이한테는 말하지 마, 알지?"

민준이. 그건 나였다. 내 이름이 제3자처럼 채팅방에 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들의 세계에 초대받지 못한 외부인인 것처럼.

그날 밤, 나는 결정했다. 내일 그들의 만남을 지켜보기로.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나는 카페 창가에서 그들을 보았다. 지현이는 승우의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보고 있었고, 승우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지현이가 커다란 종이 봉투를 승우에게 건넸다. 승우는 그 안을 들여다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지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카페를 나서려는 순간, 내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지현이였다.

"민준아, 오늘 우리 집에 와줄래? 승우 오빠랑 같이 너한테 줄 선물 준비했어."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지현이의 집을 찾았다. 문을 열자 승우와 지현이가 함께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 승우가 말했다. "걔 아버지가 내 친구야. 지현이가 네가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지현이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깜짝 선물이야. 어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우리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는지. 친구 사이의 경계와 연인 사이의 경계는 때로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강아지를 안으며 나는 생각했다. 신뢰는 의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의심을 뛰어넘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