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마지막 노래
그녀가 부른 마지막 노래는 내 귓가에 유령처럼 맴돈다. 우리 아파트 작은 베란다에서,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부른 그 노래.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작별의 선율이라는 것을.
"너 진짜 내 노래 들어본 적 있어?" 민지는 맥주캔을 들고 물었다. 달빛이 그녀의 얼굴 한쪽을 비추었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멎는 줄 알았다. 2년 동안 내 여친이었지만, 그녀의 노래는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음악학도였던 그녀는 늘 내 앞에서는 쑥스러워했다.
"오늘은 특별히 들려줄게." 그녀의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작고 떨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점점 커지면서 우리 아파트 단지 전체를 채우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내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슬픔이 있었다. 목이 메어 가사를 놓치기도 했지만, 그 떨림마저도 완벽했다.
노래가 끝나고 민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어땠어?" 그녀가 물었다. "네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어. 왜 이제야 들려주는 거야?"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밤하늘만 바라보았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사라졌다. 침대 옆 테이블에는 짧은 편지만 남아있었다. '미안해. 더 이상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민지의 집에 전화했더니 그녀의 어머니가 받았다.
"민지가 어제 밤에 돌아왔어요. 음악 치료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대요."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그녀의 어머니는 천천히 설명했다. 민지가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목소리를 잃었다는 것을. 3년 동안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를 만나고 나서부터 거짓말을 시작했다는 것을.
그날 밤 베란다에서 들었던 노래는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민지가 입모양만 맞추고 다른 사람의 노래를 틀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술에 취해 환각을 본 것일까?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도 생생했고, 지금도 내 귓가에 맴돈다.
6개월 후, 재활센터 앞에서 우연히 민지를 만났다. 그녀는 나를 보자 놀란 눈으로 바라보더니, 작은 메모장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그때 노래는 진짜였어. 널 위한 마지막 선물이었어.'
가끔 밤에 베란다에 서면, 저 멀리서 민지의 노래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것 같다. 그녀가 정말로 노래했든, 아니면 사랑이 만들어낸 환상이든, 그 선율은 내 안에서 영원히 울려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