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병원: 기억의 병실에서
병원 복도를 걸을 때마다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늦었네, 또." 내 여친은 병원 시계처럼 정확했다. 나는 언제나 5분씩 늦었고, 그녀는 그것을 측정하는 도구였다.
오늘로 정확히 1년.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에게 걸어왔을 때, 복도의 형광등 불빛이 그의 안경에 반사되어 나는 잠시 그의 눈을 볼 수 없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희미해졌고, 오직 심장의 고동소리만 귓가에 울렸다.
"당신 여자친구의 기억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 스물여덟의 나이에. 의학적으로는 희귀한 조기 발병 케이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악몽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것들이었다.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그러다 내 이름을 잊기 시작했다. 처음 그녀가 "당신 누구세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웃으며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서 공포를 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공포.
어제 나는 그녀의 병실에 찾아갔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천사처럼 빛나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내게 미소 지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순간 착각했다.
"오늘도 늦었네, 또."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췄다. 그녀가 나를 기억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미안, 5분 늦었지?"
그녀는 웃었다. "항상 그랬잖아."
우리는 처음 만났던 날, 내가 5분 늦게 카페에 도착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모든 추억을 다시 꺼냈다. 마치 그녀의 기억 속에 사라진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것처럼. 의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그녀가 갑자기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는지.
그러나 나는 알았다. 그녀의 기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숨어 있을 뿐이었다. 마치 병원 지하실의 오래된 의무기록처럼, 누군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 그녀는 다시 모든 것을 잊었다.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하지만 괜찮다. 나는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매일 5분씩 늦게 도착해서, 그녀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언젠가 그녀가 영원히 기억하는 날이 올 때까지.
병원 복도를 나서며 문득 돌아보니, 그녀의 창가에 붙인 작은 포스트잇이 보인다. 그녀의 글씨체로 적힌 단 한 문장: "그는 항상 5분 늦는다. 그리고 나는 항상 그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