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여행, 쓴 과자
공항 라운지의 자판기 앞에서, 나는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먹었던 그 과자를 발견했다. 어린 시절의 달콤함을 담은 노란 포장지가 형광등 아래서 반짝였다. 20년 만의 재회였다.
자판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과자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기억도 함께 쏟아졌다. 부모님과의 마지막 가족 여행, 제주도의 짙은 바다 내음, 그리고 차 뒷좌석에서 형과 나눠 먹던 이 과자의 바삭한 식감과 입 안 가득 퍼지던 달콤함. 그때는 몰랐다. 그 달콤함이 얼마나 짧게 끝날지.
비행기를 기다리며 포장지를 뜯었다. 익숙한 바삭거림과 함께 첫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그러나 기억 속의 달콤함 대신 묘하게 떫은 맛이 혀끝을 스쳤다. 제품 성분이 바뀐 걸까, 아니면 내 미각이 변한 걸까? 어쩌면 기억 자체가 과장된 것인지도 모른다.
"탑승이 곧 시작됩니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 여행은 내가 스스로에게 준 서른 살 생일 선물이었다. 부모님의 사고 이후 20년 만에 떠나는 첫 여행. 손에 쥔 과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과거의 달콤함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건지도 모른다.
기내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남은 과자를 하나씩 입에 넣었다. 처음의 떫은맛은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세 번째 조각부터는 어린 시절과는 다른, 어른이 된 내 입맛에 맞는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졌다.
봉지 안쪽에 작은 글씨가 눈에 띄었다. "새로운 레시피! 어른의 입맛에 맞춘 업그레이드된 맛!"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달라진 건 과자가 아니라 내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구름 위로 날아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마지막 한 조각을 꺼내 들었다. 20년 전의 달콤함을 찾아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맛의 세계를 발견하는 여정이 될 것 같았다. 과자 봉지를 접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여행이란 과거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맛에 익숙해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펼쳐진 끝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입 안에 남은 달콤쌉싸름한 여운을 음미했다. 가끔은 가장 친숙한 맛이 가장 낯설게 느껴질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