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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귀신

여행의 동반자, 귀신

기차가 정차하는 순간 난 처음 그를 보았다. 창백한 얼굴에 검은 옷을 입은 그는 다른 승객들과 달리 햇빛을 통과시키는 듯했다. 삼 주간의 유럽 여행, 제일 먼저 도착한 프라하에서 만난 기차역의 이 낯선 남자가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그는 내가 묵는 오래된 호스텔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처음엔 다른 투숙객이라 생각했지만, 그가 벽을 통과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나는 얼어붙었다. 그날 밤, 그는 내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두려워하지 마," 그의 목소리는 바람 같았다. "난 당신을 해치지 않아. 단지 여행이 그리워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따라다닐 뿐이야."

그의 이름은 토마스였다. 1920년대 체코에서 태어나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스물셋 생일 전날 기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이제 그는 여행자들에게 붙어 세상을 구경했다. "너는 내가 백 년 동안 만난 사람 중 날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가 말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금방 그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프라하의 골목길을 거닐 때, 그는 변하지 않은 장소들과 사라진 건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베네치아에서는 16세기 상인들의 비밀 통로를 알려주었고, 파리에서는 내가 지도에 없는 작은 카페를 발견하도록 인도했다. 귀신 덕분에 내 여행은 어떤 가이드북보다 풍부해졌다.

그러나 여행 마지막 날, 토마스의 표정이 슬퍼졌다. "내일 네가 떠나면, 난 또다시 기다려야 해."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살아있는 사람도 외로움을 느끼는데, 백 년 동안 말 한마디 나눌 사람 없이 떠돌아다닌 귀신은 어떨까.

"내 사진을 찍어줄래?" 마지막 저녁, 에펠탑 앞에서 내가 물었다. 토마스는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난 웃으며 카메라를 그에게 건넸다. 귀신의 손은 물리적인 물체를 만질 수 없었지만, 그의 존재는 종종 전자기적 교란을 일으켰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카메라가 저절로 작동했고,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인했을 때, 희미하게 비친 토마스의 실루엣이 내 옆에 있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토마스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다음 여행자를 찾아야겠지?" 내가 물었다. 그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아니, 잠시 쉬려고 해. 백 년 만에 처음으로, 난 혼자가 아니었어."

집에 돌아온 후, 여행 사진들을 정리하며 깨달았다. 모든 사진 속에 토마스의 흐릿한 형체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각 도시에서 찍은 나의 셀카 사진들 뒤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모습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마지막 사진에서, 그는 거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 뒷면에 적힌 글자를 발견했을 때, 내 심장은 멈춘 듯했다: "여행은 끝나지 않았어. 다음 목적지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