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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날씨

여행의 날씨: 내가 만난 또 다른 나

비가 내리는 날씨에는 언제나 그 도시로 향하고 싶어진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여행 가방을 꺼내게 된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이름 모를 작은 기차역에 도착했다. 공기 중에는 젖은 흙과 녹슨 철의 냄새가 섞여 있었고, 플랫폼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나와 검은 우산을 든 한 여인. 그녀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나에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이 때로는 거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여기도 항상 이런 날씨인가요?" 내가 물었다.

여인은 미소 지었다. "당신이 올 때마다 그렇죠."

그 순간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이곳에 처음 왔는데, 그녀는 마치 내가 여러 번 방문한 것처럼 말했다. 기차역 벽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2023년 5월 15일. 오늘 날짜가 맞았다.

그녀를 따라 역 밖으로 나갔다. 비는 잦아들고 있었지만, 거리의 웅덩이들은 하늘을 완벽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우리는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빵집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 심지어 발아래 느껴지는 석조 보도블록의 질감까지.

"당신은 매번 같은 질문을 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매번 같은 경로로 걸어요. 하지만 결코 기억하지 못하죠."

골목길 끝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작은 호텔 앞에 멈췄다. 간판에는 '날씨 여행자의 숙소'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작은 책상 위에 놓인 로그북이 보였다. 그녀는 페이지를 넘겼고, 나는 충격에 얼어붙었다.

그곳에는 내 이름이 있었다. 다른 날짜와 다른 날씨 상태와 함께. "맑음, 2022년 6월 10일." "눈, 2021년 12월 3일." "우박, 2020년 8월 22일." 모두 내 필체였다.

"여행자는 날씨를 선택할 수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날씨는 여행자를 선택하죠."

그때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나는 시간 속을 떠돌고 있었고, 각기 다른 날씨는 내 인생의 다른 순간들을 상징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는 미래의 나였다.

로그북을 들여다보니 아직 쓰이지 않은 빈 페이지가 보였다. 내일의 날씨는 어떨까? 그리고 그 다음 날은? 펜을 들고 나는 처음으로 내 날씨를 선택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번에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