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라마: 우리가 만난 순간들
버스가 멈췄을 때,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안개 낀 산길 한가운데, 그냥 고장 난 버스 한 대와 낯선 사람들뿐이었다. 전원이 꺼진 휴대폰을 꾹 쥐고 있는 내 손가락은 이미 차가웠다.
"다들 한 시간만 참으세요. 수리기사가 올 겁니다." 기사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우리 모두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유리창에 작은 강을 만들었다. 뒷자리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린아이가 아니라 중년의 여성이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지만, 나만 그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가 휴대폰 보조배터리가 있는데..." 나는 말을 건넸다.
"소용없어요. 전화해봤자 아무도 안 받을 테니까." 그녀의 눈은 붉었다. "암 진단 받은 남편이 병원에 있어요.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난 여기 갇혔어요."
그 순간, 버스는 작은 드라마의 무대가 되었다. 앞자리의 노신사가 돌아보더니 물병을 건넸고, 옆자리 대학생은 귓속말로 뭔가를 물었다. 십 분 후,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이 알았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갑자기 한 편의 드라마 속 앙상블 캐스트가 되었다.
"내 차가 저 아래 마을에 있어요."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일어섰다. "비가 그치면 내려가서 가져올 수 있어요."
"저도 같이 갈게요." 두 명의 젊은이가 더 자원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두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업 실패한 사람, 첫 여행을 떠난 노부부, 취업 면접을 앞둔 청년. 각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던 우리였지만, 잠시 같은 이야기 속에 머물렀다.
비가 그치자, 세 명의 남자가 산을 내려갔다. 한 시간 후, 양복입은 남자의 차가 나타났고, 우리는 중년 여성을 먼저 태웠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우리 모두는 침묵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뛰어 들어갔다. 우리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세 시간 후, 그녀가 돌아왔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가... 제 남편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아요, 우리가 알아요." 누군가 말했다. 정말로 우리는 알았다.
다음 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여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가끔,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낯선 사람들과 함께했던 그 버스에서의 하루를 떠올린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라는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짧은 드라마.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 속 엑스트라였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인생에 주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