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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병원

여행의 병원: 우리가 치유받는 곳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내 심장은 처음 진단받았던 그날처럼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도쿄 나리타 공항, 나는 죽음을 피해 도망치러 온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추억을 만들러 온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의사는 6개월이라 했다. 나는 여권에 도장을 찍기로 했다.

"말기 간암 환자가 혼자 여행이라니, 미쳤군요." 출국 전날 주치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찌르던 병원 복도를 떠올렸다. 수없이 반복되던 혈액 검사의 따끔거림과 차가운 MRI 기계 속에서 느꼈던 고립감.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시부야 교차로의 인파에 섞여 걸으며 난생 처음 느껴보는 자유를 만끽했다. 누구도 나를 환자로 보지 않았다. 여기서 나는 그저 한 명의 여행자일 뿐. 병실의 하얀 천장 대신 도쿄 타워의 붉은 철골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주사 바늘 대신 젓가락을 쥐고, 진통제 대신 사케를 삼켰다.

셋째 날, 갑작스러운 복통에 쓰러졌다. 깨어나 본 곳은 도쿄의 한 병원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히로시 의사는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당신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받은 진단과 달랐다. 히로시는 새로운 실험적 치료법을 제안했다. "성공률은 30%입니다. 도전해보시겠어요?" 죽음을 피해 왔다가 오히려 그에게 달려간 아이러니.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치료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매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시나가와의 풍경은 병실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히로시는 매일 들러 일본어를 가르쳐주었고, 옆 침대의 노부인은 손수 접은 종이학을 선물했다. 천 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병실은 또 다른 여행지가 되었다. 내가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듣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모여드는 곳. 죽음을 피해 떠난 여행에서 오히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아이러니.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통하는 인간의 따뜻함은 어떤 약보다 강력했다.

세 달 후, 암세포는 놀랍게도 줄어들었다. 여섯 달이 지나자 기적처럼 완화되었다. 히로시는 "여행이 당신을 살렸어요"라고 말했다. 병원 밖으로 나오는 날, 노부인이 접어준 천 번째 종이학을 가슴에 품었다.

때로는 도망치는 여행이 우리를 치유한다. 때로는 낯선 병원이 우리의 진짜 집이 된다. 내가 찾은 것은 완치가 아니라 의미였다. 삶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라는 것을. 이제 난 어디로 갈까? 나의 여권에는 아직 빈 페이지가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