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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부모님

잃어버린 여행, 되찾은 부모님

기억 속에서 가장 선명한 것은 아버지의 큰 손과 어머니의 웃음소리였다. 그것만은 열 살 때 떠난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로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가방을 챙기며 창밖을 바라봤다. 십오 년 만에 찾아온 고향 역은 예전보다 작아 보였다. 주황빛 석양이 플랫폼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낡은 나무 벤치엔 지나간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코끝에 스치는 공기마저 달콤하고 쓸쓸한 추억의 향으로 가득했다.

"여기서 두 시간을 기다렸었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날의 기차는 폭우로 지연되었고, 부모님은 내게 기차 시간표의 비밀을 가르쳐주셨다. 아버지가 그 두꺼운 안경을 올리며 말씀하셨다. "시간표는 약속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처럼."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그로부터 한 달 뒤, 부모님은 해외 출장길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열 살 아이에게 세상은 갑자기 비어버린 달력처럼 의미 없는 날들의 연속이 되었다.

택시를 타고 옛집으로 향했다.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은 모두 낯설었지만, 유독 한 장소에서 심장이 멈춘 듯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목소리가 떨렸다.

동네 뒤편 작은 공원.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피크닉을 했던 곳이었다. 녹슨 그네는 여전히 바람에 삐걱거렸고, 어머니가 즐겨 앉던 벤치는 이제 색이 바래 있었다. 망설임 끝에 앉았다. 가방에서 오래된 사진첩을 꺼냈다.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내 눈앞에 서 있던 건 낯익은 모르는 노부부였다.

"당신... 혹시 민준이 아니니?" 노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버지의 두터운 안경, 어머니의 보조개가 있는 미소. 너무나 닮아 있었지만, 세월이 켜켜이 쌓인 얼굴들이었다.

"저희가... 너무 늦었구나."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비행기 사고 후 기억을 잃었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돌아왔단다."

사진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펼쳐진 페이지에는 열 살 때의 나와 부모님이 함께 찍은 마지막 여행 사진이 있었다.

세상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길고 어려운, 기억을 되찾는 여행 끝에 잃어버린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