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회사: 당신의 인생이 목적지입니다
김 과장이 퇴직 의사를 밝히던 날, 창문 너머로 비둘기 한 마리가 정확히 그의 머리 위에 배설물을 떨어뜨렸다. 마지막 날에도 기어이 이런 불운이라니. 그는 쓰게 웃었다.
"15년이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요." 그는 사표를 제출하며 그렇게 말했다. 사장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퇴직금으로 산 중고 캠핑카는 녹슬고 낡았지만, 김 과장에겐 1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자유였다. 그는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캠핑카의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에어컨보다 시원했고, 길가에서 먹는 라면은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맛있었다.
강원도 작은 해변에 캠핑카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던 그 날, 그는 문득 질문했다. "나는 왜 15년을 그곳에서 보냈을까?" 갈매기가 그 대답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의 머리 위를 빙빙 돌았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안전, 안정..." 그는 몸을 떨었다. 그런 것들은 환상에 불과했다.
여행 3개월 차, 그의 통장 잔고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작은 해변 마을에서 만난 은퇴한 노부부처럼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들은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여행객들에게 따뜻한 차와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우리도 당신처럼 회사를 뛰쳐나왔어요." 노부부의 말에 김 과장은 깜짝 놀랐다. 평생 자영업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서른 살에 회사를 그만뒀죠. 그때는 미쳤다고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요?" 노인은 바다를 가리켰다. "매일 이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우리 카페가 바로 우리의 '회사'예요. 다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뿐이죠."
그날 밤, 김 과장은 자신의 캠핑카 지붕에 누워 별을 세며 생각했다. 회사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곳. 그렇다면 그는 지금 자신만의 '여행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제품은 경험이고, 고객은 자기 자신.
일주일 후, 김 과장은 캠핑카에 커다란 간판을 달았다. "여행하는 회사 - 당신의 인생이 목적지입니다." 그리고 여행 중인 사람들을 위한 이동식 상담소를 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사람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때때로 그는 자신이 정말로 회사를 떠난 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을 파는 대신 이제는 시간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자유도 결국 또 다른 형태의 회사이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CEO가 자신이라는 것.